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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와 달팽이 Apr 20. 2023

지쳐가는 부부

왜 이렇게 힘들지,,,,

 출산휴가 3개월을 쉬고 복직한 아내는, 임신기간과 휴가기간동안 가뜩이나 눈치밥을 먹으며 지냈는데, 이제는 아이까지 있으니 복직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아이의 면역력을 위해서는 모유를 적어도 1년은 먹이면 좋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는 아이를 반드시 모유를 먹이겠다는 생각으로 유축해서 얼려도 놓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직접 수유를 하기도 했다. 유축한 모유를 먹이는 것으로 모자라자, 남편은  아이의 모유수유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부대로 가기로 결정했다. 당시 집에서 부대까지는 25분거리. 남편은 그 길을 하루에도 수차례 오가며 아내가 직접수유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남편은 한달 뒤에 대학원 입학을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영어공부도 해야하고, 출국준비로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지만 부부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의 역할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해했다.


하지만 정의하기 힘든 감정이 저 깊은 곳에서 축적되고 있었다. 둘이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남편이 출국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함과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진다. 남편도 아내의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오지만,  출국준비에 점차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에 이따금씩 화가 난다.


부부는 이렇게 서로를 더 많이 배려해 주는 것 같지만, 정작 자신을 힘들게 하고, 이러한 감정을 상대방이 느끼게 함으로써 서로를 통제했다. 미안함에 서로에게 더 잘 할거라고 생각했다. 부부관계에 어떤 불만이 있어도, 집안일을 하면서 힘들다는 속마음도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참 가정적인 남편은 가사에 적극 동참하면서도 즐거움 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가장으로서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 이렇게 충실하고 착한 남편이야. 나같은 사람 봤어? 그니깐 나한테 잘해. 내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해선 안돼.” 라는 메시지를 아내에게 계속 보내고 있다.


이렇게 마음속 깊은 곳에 쌓인 감정은 어떤 빌미가 생기면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서로간의 의견충돌로 아내가 남편이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편은 화를 낸다. 답답한 아내는 깊은 대화로 상황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눈물로 상황을 종결지으니, 부부싸움 자체가 성립되지가 않는다. 정작 무엇때문에 남편이 화를 냈는지, 아내는 왜 눈물을 흘렸는지, 서로의 속마음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부부는 지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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