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다 그런거지…
우리 부부는 참 행복해 보였을 것이다. 부부가 육사를 졸업하고, 같은 직종에서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 같고, 두살 터울이 나는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다. 서로에게 존칭을 쓰는 모습은 싸우지도 않을것 같고 부부군인이라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서로의 취미생활을 존중하고, 아이들의 교육문제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보기도 좋았을 것이다.
가정생활도 참 다정해 보였다. 훈련도 많고 야근도 많은 군에서, 일과 시간내에 최대한 일을 끝마치고, 일찍 퇴근해서 저녁시간은 온전히 가족과 함께 하기위해 노력한다. 같은 일을 하는 남편과 아내는,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도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오고, 아내가 저녁을 요리하는 동안 남편은 아이와 놀아주며, 샤워도 시킨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애들이 잠든 후에 아수라장이 된 집을 함께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주말에는 남편이 집안 대청소를 하며 이불도 털고, 바닥청소를 하며 가사일을 함께 하고, 아내는 밀린 설거지를 하고 몇가지 밑반찬도 만들며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이따금씩 훈련으로 인해 부부 중 한명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다른 한명이 혼자 이 모든 일을 담당하며 독박육아를 한다.
부부사이도 참 좋아보인다. 일과 가정생활을 동시에 하느라 정신이 없는 우리부부는,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온전히 부부의 시간을 갖는다. 함께 영화도 보고, 티비를 보며 맥주도 즐긴다. 종종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부부와 함께 식사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한다. 주말이면 부부가 말끔히 차려입고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고 미사 후엔 성당가족과 모여 담소도 나누며 좋은 공동체를 이루어간다.
하지만 1년, 2년…
부부가 많은 부분을 함께 하려다 보니,
우리는 결혼생활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남편은 주변의 다른 남자들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많은 가사부담과 육아로 인해 힘이 든다. 아내는 결혼 전에 비해 너무나도 달라진 현실에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느라 “나”를 점차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힘이 든다. 차라리 주말부부라면,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가족에게 정말 헌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남편은 가족때문에 빨리 퇴근하려는 눈치도 안봐도 되고, 평일에 친구들을 만나며 사회생활도 좀 할수 있고, 주말에 만나는 가족에게 착한 남편, 좋은 아빠 역할을 정말 잘 할수 있을 거다. 여러가지 역할을 해내느라 바쁜 아내는 평일에 자기만의 시간이 생긴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부부는 함께 사는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부부는 함께 사는게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지쳐가는 우리에게 “원래 결혼하면 다 그래” 라는 말로 위안을 한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서로를 길들여 가고 있었다. 정작 부부관계의 본질이 흐트려지고 있다는것을 모른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