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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와 달팽이 Apr 17. 2023

준비되지 않은 부모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자연스럽게 부모가 된다고 생각했다. 한번도 스스로를 준비되지 않은 부모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닿고, 날마다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결혼, 그리고 자녀의 출산은 참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30여년간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남녀가 가정을 이루게 될때, 얼마나 많은 충돌이 있을까? 자녀의 출산 역시 그동안 사랑을 받기만 해왔는데, 이제는 무한의 사랑을 주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도파민이 한껏 분비되어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에는 이 모든 상황에 관대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과 육아는 한 순간 발생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평생 지속되는 현실이고 삶이다.

여자로서 임신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출산 이후의 상황은 여자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 바로 어제까지 해오던 일들을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못하게 되니, 얼마나 답답할까? 결혼 전까지만 해도 직장에서 인정받고 잘 나가던 여자는 하루아침에 집 안에 아이와 단둘이 남겨지게 된다. 이쯤되면 여자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순리지 않을까?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걸까?
왜 아이를 낳아야 하지?
결혼은 왜 해야하지? 혼자 사는게 더 편한데..
그렇다고 남자는 편한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에서 가장으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다. 


이런 가운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옹알이를 하고, 첫 발걸음을 떼던 순간을 함께 하고, “엄마! 아빠!” 라고 말을 하기 시작하는 소중한 순간들을 공유하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레 가정의 중심이 된다. 이런 시간들을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많은 주말부부들은 인생에 있어 참 소중한 부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한참 부부가 사랑을 하고, 서로에게 충실하여 사랑을 키워가야 할 때, 남편은 직장에 충실하고, 아내는 육아에 집중하다보면, 그래서 저녁에 서로 녹초가 되어 집으로 모이는 일상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부부의 대화는 주로 아이에 관한 것이 되고, 아이가 없는 식탁에 남편과 둘이 마주 앉는 순간 “공통의 대화주제”가 부족해 어색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각자의 사정이 다 있겠지만, 가족이 떨어져 지내며 혼자 먹는 밥이 익숙해지고, 주말에만 만나는 가족이 익숙해지고, 혹은 아이를 위한 삶이 익숙해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인생에 있어 중심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볼 때이다. 개인으로부터 시작하여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며 일구게 되는 가정에서 과연 무엇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는 철저히 개인의 선택이다. 우리 부부는 우리 가족의 중심을 부부로 결정하였으며, 일상에 치여 일과 육아에만 치중하여 잊혀져 가고 있었던 부부의 삶에 좀더 집중하기로 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우리 부부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대부분의 부부군인과는 달리, 결혼생활 대부분을 함께 살면서 함께 육아를 해왔으니까…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육아서적을 읽고, 부모가 되는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부부가 서로 공유하며 나름대로 나는 “준비된 부모”라는 자신감을 갖고 소신있게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깨닿게 된 것은 육아 서적이 이야기 하는 것이 내 아이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육아서적은 육아의 “본질”을 이야기 하기보다 아이의 행동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자녀의 훈육에 있어서 부모가 일관성을 가지고 훈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훈육의 대상이 되는 아이는 어떤 특성을 가진 아이인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이를 적용할 때에도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라는 이야기는 없다. 다만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는 훈육 기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뿐이다.
많은 육아서적은 아이를 키우는 기술을 이야기할 뿐, 육아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아이가 또래친구와 놀이를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물건을 숨기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젊은 부모들은 ‘내 아이가 거짓말을 해요, 물건을가져와요. 어떻게 하지요?’ 라고 걱정하기 마련이다. 다른 아이들과 달라보이는 내 아이의 행동이 성장하는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보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는 것은, 초짜 부모로서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부부는 준비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판단하기 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말로 전하기 어려운 마음이 행동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펴야 한다. 진정으로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책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고민해 보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의 행동에 대한 가치 판단이 아니라, 의사표현이 서툰 아이의 입장에서 말로 전하기 어려운 마음이 행동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주목하고, 이를 공감해 주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참 준비되지 않은 채 덜컥 부모가 되었던 것이다. 이 글은 좌충우돌 부부의 육아일기이다. 

우리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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