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 한 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똥 Jun 08. 2024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싸리꽃 가득 핀 우산을 들고

밤꽃 향기 흩날리는 숲에서

검은 오디물이 바닥에 흥건한

그 숲길을 걸었네

먼 산에 운무가 넘실대고

고래들이 꼬리를 흔들며

푸른 산을 넘어갔다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퇴화된 나의 지느러미가

불쑥불쑥

길에서 피어나고

오르락내리락

숲 속을 헤엄치며

시간을 휘돌아 초록을 먹었네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초록의 비늘이 빗물에 젖고

온몸에 물방울을 새기자

쪼그라든 폐가 잔뜩 습기를 머금고

비로소 깊은숨을 뱉었네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쿠궁쿠궁 뛰는 심장 근처 어딘가에

오래전

아마도 부레라고 불리었던

내 생명의 흔적을 찾아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매거진의 이전글 밥 짓는 유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