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다. 장마가 시작됐다. 이 비를 뚫고 교회를 간다. 미친 듯이 춤추는 와이퍼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야는 금세 흐려진다. 감각으로 앞을 더듬어 가는 길이 그래도 즐거운 이유는 엄청난 비 덕분이다.
무엇이 넓은 대지를 덮을 수 있겠는가? 무엇이 건천을 콸콸 흐르게 하겠는가? 무엇이 나의 메마른 가슴을 적실 수 있겠는가? 물방울 다이아가 쉴 새 없이 만들어지는 아스팔트 위를 저벅저벅, 사람들은 구둣발 속으로 애써 다이아를 숨기며 걷는다. 철퍼덕철퍼덕, 잘그락 잘그락. 존재를 알리는 다이아 물방울들의 불협화음을 들으며 나는 탄성을 내지른다.
성큼 차에서 내려 걷는 내게도 다이아 물방울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반짝인다. 이미 몸도 마음도 부자이건만 더 많은 다이아를 갖고 싶은 끝없는 나의 욕망이 춤추는 빗 속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