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석, 한 박스를 샀다. 7월부터 한 끼 정도는 감자를 삶아 허기를 채워 보리라. 채칼로 얇은 감자의 옷을 벗기고 소금 한 꼬집과 삼성당 반 스푼을 넣고 감자가 익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나는 남미의 어느 외딴곳, 허름한 골목에서 감자를 팔고 싶다는 친구의 미래를 떠올린다. 해가 지면 팔다 남은 감자를 먹고 잠자리에 들고 싶다는 그녀의 꿈처럼 나도 마치 느릿느릿 가는 시간을 붙잡고 사는 늙수그레한 노파가 된 것처럼 코스프레를 해 본다.
열심히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감자가 뜨겁게 폭폭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