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뜬금없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똥 Jul 01. 2024

뜬금없이, 맨발

20240630

비 그친 오후, 걸어보기로 다. 오전 내내 비가 왔으니 땅은 적당히 촉촉하리라. 우산 대신 모자와 비옷을 챙긴다. 그친 비가 다시 내리면 좋겠다.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빠져 나온  많은 이가 이미 맨발로 걷고 있다. 혼자, 겨우 반바퀴를 걸었을 뿐인데 벌써 힘이 든다.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비 온 뒤 땅이 벌써 단단해졌다. 폭신하리라는 기대를 저버린 땅을 외면하고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깊은 초록의 중산지가 점점 어두워진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드디어 한 방울씩 비가 내린다. 나는 서둘러 비옷을 입고 비를 기다린다. 땅이 마침내 젖을 동안 두 바퀴나 세 바퀴 아니 네 바퀴쯤 돌고 나면  끝부터 머리끝까지 나도 온통 젖어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뜬금없이, 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