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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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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Oct 17. 2024

뇌를  팝니다


나의 뇌를 당근마켓에 내놨다

마흔 아홉 해를 산 여자의 뇌는 얼마여야 할까

차라리

동갑 쯤인 당신의 뇌와 바꿀 수 있다고

광고를 바꾸면 어떨지

나의 뇌를 비우고

너의 뇌를 담으면

그 인생은 새로워질 거라는

절망 같은 희망의 낮과

희망 같은 절망의 밤이

문득 지나갔다

어느새

뇌를 사겠다는 여자도

뇌를 바꾸겠다는 남자도 없다

어쩌자고

뇌만 판다는 광고를 냈을까

차라리 자주 비 내리는 계절에

온몸이 젖도록 정수리부터 맞다 보면

빠진 머리카락 틈 사이로

한 두 방울 정도는 흘러 들어

뇌부터 발 끝까지 씻겨지지 않을까

그렇잖아도 요즘

한웅큼씩 머리가 빠지는데

구멍이 숭숭

빈 골에는 바람도 가끔 들러 쉬어가는데


나의 뇌에 낭만고양이 백마리가 살아도

당신에겐 사은품이 필요하겠지


뇌를 팝니다

가격 절충

사은품ㅡ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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