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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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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Oct 17. 2024

씨크릿데이*


끝날 것 같던 생리가 아직이다

쓰던 생리대가 바닥난 지 오래

남아 있던

일자형 아기 기저귀 소형 한 박스도 곧 바닥날 지경

위스퍼는 아니고

좋은 느낌인지

애니 데이인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 이름

아직은 싱싱한 가임기의

당신 번호를 눌러 그 생리대를 추적한다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이

진심어린 목소리로

그간 안부를 묻는 당신에게

나의 일상을 잠시 전하고

당신의 안부를 길게 듣고 싶었다


내 일상이 듣기 싫었을까

당신 안부를 말하기 불편했을까

급히 안녕을 고하는 당신 목소리와

이내 툭 끊어지는 기계음에서

나는 당신이 참 섭섭했다


전화기 밖에 내던져진 나도

서둘러 무선의 단절 세계로 떠나버린 당신도

이해하기 힘든 오늘


가끔 길어지는 대화에서

나도 모르게 드러나는 치부

당신과 나에게도

끊고 나면 후회하는 날이 종종 있었던가

알려질까 전전긍긍 속도 좀 태워봤던가

그래서

당신이 급히 남긴 대답은

씨크릿데이였던가



*인터넷으로만 구매할 수 있는 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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