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뇌를 당근마켓에 내놨다
마흔 아홉 해를 산 여자의 뇌는 얼마여야 할까
차라리
동갑 쯤인 당신의 뇌와 바꿀 수 있다고
광고를 바꾸면 어떨지
나의 뇌를 비우고
너의 뇌를 담으면
그 인생은 새로워질 거라는
절망 같은 희망의 낮과
희망 같은 절망의 밤이
문득 지나갔다
어느새
뇌를 사겠다는 여자도
뇌를 바꾸겠다는 남자도 없다
어쩌자고
뇌만 판다는 광고를 냈을까
차라리 자주 비 내리는 계절에
온몸이 젖도록 정수리부터 맞다 보면
빠진 머리카락 틈 사이로
한 두 방울 정도는 흘러 들어
뇌부터 발 끝까지 씻겨지지 않을까
그렇잖아도 요즘
한웅큼씩 머리가 빠지는데
구멍이 숭숭
빈 골에는 바람도 가끔 들러 쉬어가는데
나의 뇌에 낭만고양이 백마리가 살아도
당신에겐 사은품이 필요하겠지
뇌를 팝니다
가격 절충
사은품ㅡ나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