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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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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Oct 17. 2024

그날


한 달에 한 번

나는 외롭고 또 아프다

곧 완경을 향한 몸, 눈치없이 여즉, 진드기같이 찾아오는

젊고 싶은 그날인 탓인가

세탁기는 아까부터 다 된 빨래를 꺼내가라고 소리지르고

나는 갱년기의 반항처럼 세 번째 경고에도 거실에서 꿋꿋하다

책을 읽는다

서른 하나의 사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마흔 즈음, 먼곳으로 가버린 첫사랑이 책갈피에 꽂히고

주섬주섬 시집의 시를 한 편씩 노트에 적는다

자음과 모음 사이로 외로움이 빠져나가고

열어젖힌 베란다 밤바람에 미열이 식어갈 때쯤

분별없이 시를 쓰던 손목에도 힘이 들어갔다

십분 전, 타이레놀 두 알을 먹기 잘했다

내일은 박카스도 사다 놓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이 묻을 모든 여지에게 다음부턴 타이레놀과 박카스를 마구 처방해야지


마침표를 찍을 무렵, 아들이 학원에서 돌아왔다

내 아픔과 외로움이 슬그머니 꽁지를 내리고 나는 다시 멀쩡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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