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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 Jan 22. 2023

[단편 소설] 헤어짐은 예견되어 있었다3


[뭐 좋아해요?] 


그를 만나면서 가장 받고 싶은 질문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 그런 소소한 질문. 드디어 나에게 던져진 그 작은 질문을 통해 나는 섬세한 즐거움을 느꼈다. [저는 딱히 가리는 건 없어요, 아, 닭발은 못 먹어요] [징그럽게 생겨서요?] [네...]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 그를 보며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과자나 커피는 좋아해요?] 커다란 덩치답지 않게 아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그가 나는 좋았다. 무언가에 집중할 때 턱을 괴고 뭉뚝한 엄지손가락으로 볼이 빨갛게 변한지도 모르고 꾸욱 누르고 있는 것도. [여기 볼이 빨갛게 변했어요] 몇 번을 알려줘도 그는 멋쩍게 웃으며 턱을 괸 손을 치우지 않았다. 아이 같은 그를 보면서 내가 그의 보호자가 되는 상상을 잠시했던 것 같다.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그가 좀 답답하면서도 그런 요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에게 더욱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매일 연락을 이어갔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때때로 밥 대신 과자나 귤로 끼니를 때우고 때로는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나고마는 엄청난 아이 같은 성향의 남자였다. 매일 넷플릭스에 빠져들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좀처럼 빠져나올 줄을 몰라서 나는 가끔 발을 동동 굴러야했다. 이런 나의 조바심을 그도 느꼈을까? 


[주말에 만나러 가도 돼요?] 


망설임이 없이 적어내려간 듯한 그의 문자 하나에도 깊어지는 감정 탓에 나는 '이거 좀 위험한데'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면 연애가 망한다. 그것도 폭망... 이번에도 왠지 그런 그림이 그려지고 있음을 예감하면서 나는 최대한 나의 삶의 패턴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주말에는 약속이 있어요] 그동안 홀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내 삶에 빠르게 (내 기준에서는) 지나치게 빠르게 침투해 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별로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럼 이번주에는 평일에 보는 건 어때요?] 

[음... 좋아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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