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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 Jan 28. 2023

[에세이] 어린 시절 친구

나는 도대체 어떤 꼬마였던가?


집에서 막내인 나는 다소 어린 아이 같은 구석이 있다.


사회에서는 "00씨, 첫째 맞죠?"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 어른스러움을 뿜어내곤 하지만 사실 한 껍질만 벗겨보아도 "무서워, 도와줘 ㅠㅠ"를 외치는 아이스러운 면이 가득하다.


이제 나이가 들어 보다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다짐했는데 오랜 시간 나를 보아온 친구들은 나의 이런 면모를 매우 잘 알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여전히 나를 아이처럼 대한다. 그럴 때면 슬슬 현타가 오곤 한다. 나는 도대체 어떤 꼬마였던가?


우선 30대를 시속 10000000km로 달려가고 있는 내가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나에게 내민다. 매우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아... 어렸을 때도 종종 그랬던가? 내가 나이가 들어서 유독 이러한 부분에 예민해진 것인가?


때는 바야흐로 내 나이 스물아홉. 중학교 시절 친구가 나에게 서운함을 느껴 (삐졌다고 표현하면 쉽다) 연락이 뜸해졌기에 풀어주기 위해 그의 집 앞으로 찾아간 나. 그는 나에게 "내가 너 코 흘리개 시절부터 다 봤는데"라며 나에 대한 어떤 소유권을 주장하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니, 실제로 코를 흘렸다는 것이 아니라... (말 안해도 알겠지만) 무튼 나의 꼬꼬마 시절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유독 나를 어른의 세계로 쉽게 보내주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했던가? 하지만 나는 어엿한 어른이고 싶기에... (이런 마음조차도 어린 것인가?) 존중받고 싶고 사생활도 보장받고 싶고 취미 생활도 때로는 혼자하고 싶은데... 그들은 부지런히 나의 뒤를 밟으며 "왜 얘기 안 했어? 서운해, 너 이렇게 변하기야?"를 외치곤 한다.


'그래, 나를 이만큼 좋아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야!'를 외치기에는 그들의 감정의 골이 굉장히 깊어 내 마음을 너무나도 슬프게 힘들게 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내가 앞으로 풀어야 할 굉장히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여... 어리석은 지금의 나에게 현명한 해답을 던져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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