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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 Aug 18. 2024

우리가 아는 모든 것



영화 소셜링 모임에 나갔다. 모임장은 오랜 시간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마침내 그들과 함께 이웃으로 지내며 일상 속에서 영화와 토론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모임에 나가면서 나는 내가 아는 것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정답일리도 없고, 또 작법 공부를 어느 정도 해왔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분석하는 것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생각하는 것이 고스란히 얼굴로 드러나는 타입으로... 영화를 보고 누군가 어떤 의견을 이야기하면 그에 대한 찬반이 나도 모르게 표정 또는 몸짓으로 미세하게 드러났다. 

오랜 시간 모임을 진행해온 모임장은 그걸 잘 캐치했고 자꾸만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라며 질문을 던졌다. 

대충, 누구도 불편하지 않게, 두루뭉술하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 (지어내야 하니까) 

결국 나는 대부분을 진실에 기반하여 말을 꺼냈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을 침묵 속에서 보이지 않는 분위기로 고스란히 온몸으로 부딪혀야 했다. 

나는 논쟁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논쟁이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믿음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 의견을 끝까지 피력했을 때 그 사람이 그것을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일 것인가, 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결국 최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적당히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의 공간도 어느 정도는 확보해주는 그런 현명한 지점을 꿈꾸는 내가 욕심이 많은 건가 싶기도 하다. 

사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다리다 보면 결국 내가 생각한 것을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감탄을 하고, 나는 저 멀리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관찰자로 남는다. 

누군가는 수치심을, 또 우월감을, 또 동질감을 느끼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가르치듯이 나를 쳐다 보며 답을 제시해 주었다. 

그 답을 받아든 나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이 과연 진실일까? 생각했다. 내 생각엔,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심지어 그 모든 이야기를 만든 감독조차도... 그렇기에 우리는 모여 앉아 이야기를 통해 늘 정답을 찾아 헤매이며 깨달음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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