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씀, 2016년 6월 23일 낮
이 버릇은 고등학생 때 들였다. 사춘기 즈음의 마음을 부끄럽지 않게, 호들갑까지 떨어가며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누구든 내 생각에 관심있으리라 생각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내 흘러가는 느낌 하나하나를 잡아두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숙제로 하든 자의로 하든 난 이 버릇을 정말 좋아했고 하루도 빠짐없이 손을 움직였다. 먼저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을 보면서, 혼자 학교옥상에 올라 잔뜩 울어버린 초록색 장판바닥 위에 앉아 하늘, 구름을 보면서,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가사집을 보면서 늘 감정을 그려나갔다.
몇 권의 고민이 채워졌을때 나는 졸업했고 그것들은 태워졌고 상상하는 버릇은 더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