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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민 Nov 02. 2018

3~4년은 미친 듯이 치료에 몰두한다.

뇌병변에서 댄디워커 증후군으로... 치료비 지원이 끊겼다.

아내 지인의 아이가 최근 댄디워커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제 세돌이 되었는데 간질 증상 등으로 몇 차례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아내와 이 지인분은 병원서 알게 된 사이다. 우리 막내가 먼저 이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2년 정도 지났을 때 이 아이의 치료가 시작되면서 가까워졌다.

원래 평택에 살던 가정인데 우리처럼 병원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온 것도 비슷한 이력으로 아내가 먼 거리를 다니는 것은 힘든 일이니 이사를 오라고 강력히 권유를 하기도 했다.


최근 간질 증상이 심해 대학병원에서 겨우 아이를 살려 집으로 돌아왔고 원래 다니던 재활의학과 낮병동을 다니려  입원 수속을 밟는 중 문제가 생겼다.  첫돌 때 확진 판정을 받은 뇌병변에서 아이 질환이 댄디워커 증후군으로 바뀐 것이다.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기간에 새로 진료를 받으면서 아이의 질환이 바뀐 것이다.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지 알게 된 건 좋은 일이지만 더 이상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재활치료로 거의 움직이지도 못한 아이가 걷게 된 터라 치료에 더 집중하고 싶은데 예전처럼 치료를 받으려면 하루 병원비가 20~3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전에 하루 3~4만 원 하던 진료비에 10배나 비용이 많아지니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으로서는 치료를 중단하고 아이가 차츰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래 살아야 30살까지 밖에 못살아요."

"나아질 기미가 없는 아이에 너무 집중하지 마시고 일주일에 이틀 정도 치료를 받으시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병원 직원과 간호사를 붙들고 예전처럼 치료받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하는 아이 부모에게 돌아온 말이다.


"아니면 아이 진단명을 대학병원 가서 바꿔 오시던지요."


이 대목이 아쉽다. 조금 다르게 응대할 수도 있었는데...

(사실 절박한 사정을 너무 많이 듣고 보는 이 분야 종사자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아낸 아이를 양육해보지 않은 사람이라 냉정하게 말했을 거라 이야기도 한다.)


아내에게 이런 내용의 하소연을 울면서 내가 퇴근해 집에 돌아오기 직전까지 했던 것 같다. 아내가 큰애와 작은 애한테 전화 내용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사실 장애진단이나 난치성 질병 진단을 받은 부모들은 3~4년은 미친 듯이 치료에 몰두한다.


처음엔 의사가 잘못 진단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누구도 믿고 싶어 하지 않은 소식이고 오진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에 더 큰 병원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가 치료가 아닌 진단을 반복한다. 일반 소아과, 지방종합병원, 지방대학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진단이 끝나면 치료 또한 매우 집중되면서 이 기간 기적적으로 증상이 완화되어가는 아이가 나오게 되고 그런 가정은 계속 치료가 집중적으로 이뤄지지지만 그렇지 못한 아인 부모들도 마음을 내려놓으면서 최소한의 연명 수준의 치료로 조금씩 전환하게 된다.


사실 난치성 질환, 희귀 질환은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장기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가 빨리 마음을 내려놓는 게 가정 전체로 보면 나은데 그걸 누가 이성적으로 설명해 주면 그 말을 듣는 이의 마음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혼자 깨달을 때까지 내버려 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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