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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민 Jan 02. 2019

좁아지는 관계의 범위


1월 1일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부모님 댁에서 새벽 3시까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왔다.


10시까지 늦잠을 자고 오후 3시에는 처가를 방문해 저녁 7시까지 있다고 집으로 돌아왔다.

몸이 불편한 막내가 있어 부모님 집도, 처가도 지척에 있지만 방문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거의 매주 부부가 함께 방문했던 부모님 집은 나는 농사일 때문에 농번기에는 일주일에 1~2회 꼭 가지만 아내는 아이를 돌보느라 예전에 비해 방문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처가는 나는 추석 이후 아내는 장모님 기일 이후 근 3개월여만에 찾은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이 흘러 막내가 클 수록 우리의 생활 반경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자유로울 때 더 만나 놔야 하나 미래를 대비해 조금씩 관계를 정리해야 하나...


예전에 낙농목장을 하던 시절 우리 집은 가족 여행을 거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집에 가축이 있다는 건 누군가는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돌봐야 하는 품을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이 가축을 우리에 가두어 놓은 것 같지만 반대로 사람도 가축에 메여 있기는 매한가지다.


그 품이 가장 많이 드는 축종이 낙농이었다. 가축에게 먹이를 줘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젖을 매일 두차례 이상 짜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농가 사이에서는 부모님이나 자식이 죽어도 때가 되면 잠시 상복을 벗어 놓고 착유를 해야 한다는 우픈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가축을 키우는 것 보다 사람의 생활 반경을 더 좁게 하는 일이 집에 아픈 사람이 있는 것이다.  사실 그런 이야기는 남들과 잘 나누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만남의 횟수를 줄이고 모임 참석을 하지 않는 식으로 관계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 자녀들 모두 출가를 시키고 은퇴를 전후해 과거에는 바빠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게 일반적인 패턴인데 사실 집에 아픈사람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는 이들에겐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많은 손이 필요해 지기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치유가 불가능한 난치병이나 장애인 경우 평생을 수발을 들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 무게감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나의 관건이 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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