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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 sugar Sep 07. 2016

같이의 가치

함께여서 더 아름다웠던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2.


우리는 각자 다른 곳에서 출발해서 같은 곳에서 만났다.




나는 콜롬비아에서, 친구 A는 페루 뜨루히요에서, 친구 B는 한국에서 -

그렇게 우리는 페루, 리마 공항 2층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2016년 2월 1일 오전 8시경 우리는 만난 그 순간,

정말 너무 웃겨서 셋 다 그 자리에 서서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는 중학교 시절 만나 이제 2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세월을 함께 하고 있는 친구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를 때 만나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제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는 우리가,

지구 반대편 페루, 리마에서 만난 거다.

너무나도 기적 같은,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함께의 시간은 2주 -

그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하며 서로를 더 알아가고 더 큰 세상을 보고 듣고 느꼈다.





리마에서 볼리비아 국경과 근접해 있는 도시, 푸노로 넘어가서

거기서 버스를 타고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 코파카바나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로 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우유니로 가야 하는 일정이었다.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과 체력이 요구되는 긴 구간이다.

만약 시간이 넉넉하다면, 각각의 도시에서 좀 쉬면서 넘어가면 되지만

그때 우리에게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한국에서 넘어온 친구의 체력을 생각해서, ( 알다시피, 한국에서 페루, 리마에 오는데만 24시간 넘게 걸린다.)

푸노에서 하루만 쉬고 바로 이동 시작했다.


푸노에서 코파카바나를 거쳐 다시 라파즈까지 쉴 새 없이 달려 드디어 라파즈에 도착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버스시간 정보를 알고 움직이려고 터미널로 들어가는 즉시,

익숙한 생김새의 여자분들이 다가온다.

한국인이었다.  ( 엄마와 이모 그리고 세 자매가 함께 여행 중이었다.)

그들은 인사와 동시에


"우유니 가시죠?


"네"


"지금 정부에서 버스파업 중이라서 우유니로 가는 버스가 없대요. 모두 중단이래요. 그래서 우리는 이틀 동안 여기 발이 묶여 있어요.."


그 순간, 우리 셋은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버렸다.

이게 무슨... 이런 멘붕 -


" 버스가 언제 다시 운행이 되는지, 가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해요...

혹시 스페인어 좀 하세요?"


다행히, 친구 A가 스페인어를 할 수 있어서 현지인들과 정확한 상황에 대한 얘기를 시도했다.

 역시 여행을 하면서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사항이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우유니로 가는 버스가 언제 다시 운행이 재개될지는 모르겠고

오루로로 가는 버스는 있는데 거기로 가면 우유니로 가는 버스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단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어떤 선택을 할 수 없었기에 바로 오루로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우리는 총 8명의 일행이 되었다.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오루로 -

하지만 버스터미널에는 라파즈 버스터미널에서 봤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노숙을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노숙을 한다 함은 여기도 버스 운행이 원활하지 않다는 건데..


그리고는 우유니로 가는 버스를 찾았지만 모두 파업 때문에 운행하지 않는단다.

언제 운행이 시작될지, 모르겠단다.  내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확신할 수 없단다.


8명 모두 그 자리에서 2차 멘붕 -


그때 또다시 어디선가 2명의 여인이 다가온다.

그녀들은 칠레에서 여행을 왔는데, 우리와 동일하게 버스파업 때문에 우유니로 가는 방법을 물색 중이었고,

지금 버스파업 때문에 미니밴들이 불법적으로 사람을 모아 운행을 하고 있는데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고 하여

우유니로 가는 사람들을 찾고 있었단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하며 거기서도 다른 어떤 선택을 할 수없었기에.


그렇게 우리는 총 10명의 일행이 되어 그 좁은 미니밴에 정말 구겨지듯 타고서는 우유니로 향했다.


새벽 3시쯤 우유니 도착 -

 푸노에서부터 쉬지 않고 이동해 너무 피곤했지만, 한국인 가족 일행이 우유니 투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데 요즘은 선라이즈, 선셋 투어를 따로 나누어서 많이 한다고 하고

그 시간에 숙소를 구하기도 너무 애매하고 아까워서

우리는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바로 선라이즈 투어에 합류했다.




너무 피곤했고, 예상치 못한 새벽의 시린 추위가 많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저 우리가 현실세계에 있는지, 우주에 와 있는지 -

그곳의 그 풍경을,  그곳에 존재함으로 인해 느낀 그 감정을 -

어떻게 말로도, 글로도 설명하기가 어려워 한참을 우리는 그저 그곳이 주는 분위기에 압도당한 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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