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로나 국립공원에서 만난 날 것 그대로의 카리브해
카리브해 -
캐리비안이라고 불리는 그곳.
이제까지 나에게 카리브해라는 곳은
그저 아득하게 조니뎁이 나오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속에 나오는 곳 -
그게 다였다.
그런 내가 콜롬비아에서 진짜 카리브해를 만났다.
목적지는 그저 산타마르타였다.
가이드북으로 론니플래닛을 선호하는 편인데 론니플래닛 중남미 한국판에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가 빠져있다.
그만큼 아직은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는 얘기겠지.
하여 어쩔 수 없이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는 어떠한 책자 없이 그저 큰 루트만 그려놓고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다.
아무래도 책자가 없다 보니 이동루트라던지 가봐야 할 곳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해도 어디 여행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던가 -
그렇게 그저 산타마르타로 가야겠다는,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는지도 뭘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지 않은 채
산힐에서 야간 버스에 올라탔다.
그 야간 버스에서 한 콜롬비아 대학생을 만났다.
산힐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부카라망가에 살고 있고 보고타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남자였는데
역시나 흥이 많고 붙임성이 많은 친구였다.
그 친구와 부카라망가로 가는 3시간 동안 아주 짧은 영어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콜롬비아 음악과 K-pop를 서로 들려주며 흥에 넘친 나머지 앉아서 몸을 흔들기도 했다.
그 친구가 내게 강력 추천한 곳이 바로
타이로나 국립공원이었다.
그곳에 꼭 가봐야 한다고, 아주아주 멋지다며 -
그렇게 그 친구의 강력 추전에
버스정류장도 없이 복잡한 길가에 내리라고 했던 산타마르타의 혼란스러웠던 첫인상을 뒤로하고
타이로나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산타마르타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조금 더 달려 도착한 타이로나 국립공원 -
타이로나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은 필수적으로 입구에서 10분가량의 브리핑이라고 해야 할까?
공원의 정보와 안내사항에 대한 교육을 들어야 한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보기 좋았다.
교육을 다 들으면 이제 진정한 타이로나 국립공원 트래킹이 시작된다.
이 곳에는 총 3개의 야영지가 있는데, 나는 가장 View 도 좋고 인기 있다는,
3곳의 야영지 중 가장 먼 곳에 존재하는
카보 데 산 후안 (Cabo de San Juan)에 가기로 결정했다.
걸어서 한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고 짐이 무겁거나 걷는 것이 힘들다면 말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당연히 걷는 것을 선택 -
그렇게 야영지까지 걷는 동안 나는 그곳에서 날 것 그대로의 카리브해와 마주했다.
구불구불 산속 길을 넘어 저기 멀리 카리브해가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그때의 감정은 정말
그 광경을 눈으로 직접 봐야지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인 것 같다.
어디선가 술 취한 조니 뎁이 곧 등장할 것만 같았고
나의 시선 속으로 푸르고도 푸른 카리브해가 가득 찼을 때 정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곳은 정말 자연 그대로의 날 것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카보 데 산 후안 (Cabo de San Juan)
입구에서 체크인을 하고 해먹 또는 텐트를 선택하면 이제 그곳의 자연을 즐길 일만 남았다.
그래도 여자인지라 차마 해먹에서의 잠은 시도치 못하고 텐트를 선택하고
짐을 내려놓고 그곳의 바다를 돌아보고 수영도 하고 맥주를 들이키며
내가 좋아하는 노을도 보고, 그곳의 밤과 별과 함께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혼자 간 그곳에서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면서 가슴 벅차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겸허한 마음도 들었다.
정말 내가 너무나도 작은, 이 크고도 큰 자연 속에 너무나도 작은 존재이구나.
이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너무나도 쉽게, 고민 없이 파괴하고 있구나.
나 또한 지금 이런 걸음들이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일종의 파괴의 형태가 아닐까..
세상의 길 위에서 이 아름다운 자연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속에 정확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과 책임감이 공존한다.
이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책임감과 함께 그 어느 누구도 환경문제에 대해
방관자가 될 수 없음을 숙지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