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대한 단상
올여름은 날씨가 어마 무시하게 덥다. 이게 덥다고 해야 하나 푹푹 찐다고 해야 하나 -
이건 마치 내가 한 마리의 닭이 되어 아주 큰 냄비 속에서 익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였다.
그리고 그 더위 속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남미 여행사진을 열어보면서 만난 저 청량한 노랑의
잉카 콜라 -
와카치나의 뜨거운 해 아래서 들이켰던 잉카 콜라 됫병.
처음 마셨을 때는 뭔가 어릴 적 즐겨먹던 단맛이 가득한 풍선껌 맛이라고 해야 할까-
묘한 맛인데, 어느샌가 계속 마시게 되는 그 맛 -
긴 여행일수록 그 후유증이 큰 것 같다.
내가 태어나고 오래 살아온 곳은 바로 여기 대한민국인데, 나는 왜 이토록 너무나도 먼 곳, 너무나도 낯설었던 그곳. 남미를 그리워 하고 있는 걸까?
그곳의 태양이, 바람이, 바다가, 공기가, 냄새가, 사람이..
나를 둘러쌓던 그 모든 것들이 이토록 나의 뇌리에, 나의 마음에
깊이 뿌리 박혀 도통 희미해지지 않는 걸까?
저 잉카 콜라 사진 한 장에 나는 그곳의 풍요로웠던 향기와 냄새를 기억해낸다.
누군가 여행은 중독이라고 얘기했던가 -
그 달콤한 중독을 맛본 사람들은 결국은 또 그 달콤함을 잊지 못하고 다시 길을 떠나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순리일까?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