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처음부터 겁쟁이가 아니었다.
오늘 네이버에서 아래의 기사를 봤습니다.
[어른이 아이처럼] 대학생·군인·직장인…"뭔일 있으면 엄마가 해결해요"
보자마자 모든 일이 하기 싫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자발적 동기부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자, 세상에는 이런 청년도 있습니다. 아주 겁쟁이 었던 청년 말이죠.
특이한 경우이긴 한데, 그래도 어떻게 자라왔나 한 번 보실까요?
1. 중학생이 되자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공부하는데 10시간 정도 쏟아 부음.(과외, 학원 다님)
2. 친구들은 더함.
3. 어른들이 보기에 나는 공부를 그다지 잘하진 않지만 성실하고 착한 아이.
4. 내신 0.3% 부족으로 실업계 진학.
5. 부모님 엄청 실망하시고 어머니는 눈물을 보임.
6. 나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할까 자책감에 빠짐.(절망에 빠짐)
1. 사고 안치고 진짜 착했으며, 사춘기도 딱히 없었음.
2. 공부에 흥미를 가진 적은 1초도 없음.
3. 정리하고 각 맞추는 게 너무 좋았는데 그 덕에 수행평가는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 받음.
(어릴 때 베개 모서리랑 이불 모서리랑 각도가 틀어져있으면 그걸 못 봤다고 함)
4. 꿈이 한의사였으나 실업계 진학으로 박살나버림.
5. 사실 한의사가 꿈이었던 이유는 부모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서였음.
6. 진짜 normal of normal이었음.
(중학교 2학년 체육대회 축구 4강에서 연장전에 골든골 넣어서 잠깐 영웅 된 적 있음)
(사람이 없어서 애들이 수비수 시켰는데 마지막 코너킥 때 올라오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다가 그렇게 됨)
7. 친구들이랑 아주 사이가 좋음.(노는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함)
1. 선생님이 시험문제/답을 다 알려주는데도 애들이 공부를 안 함. 덕분에 내신 1.7등급 받음.
2.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 잘한다고 반에 햄버거 쏨.(억울함)
3. 납땜하고 코딩하는 게 재밌었음.
4. 형편이 나빠져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함. 그래서 졸업 후 바로 취업하길 간절히 원함.
5. 부모님의 극구 반대로 대학에 진학.
6.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함.
(공부를 안 해도 1등을 한다거나, 공부 못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거나... 왜냐면 다 못하니까)
1. 선생님이 집중적으로 질문함. 못 맞추면 전체 기합 줌.
(반 1등이 대답 못하면 다 집중 안 하는 거라나... 그래서 니들은 맞아도 싸다고 했음)
2. 수능 공부한 적 없음.(대학도 수시로 감)
3. 근데 쭈구리라서 못 맞췄을 때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기에 조금은 공부함.
(동네짱인 친구들이 엄청 많은 곳임 ^0^. 너도 나도 짱이래...)
4.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함
1. 학자금 대출, 알바 없이는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형편이 안됨.(악순환의 시작)
2. 원래 공부에 흥미 없던 애가 전공책 받으니 정신 가출함.(그래도 성실해서 무거운 책 들고는 다님)
3. 대학교육은 뭔가 다를 줄 알았더니, 별반 다를 게 없음.
4. 그래도 졸업은 하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학교 다님.
5. 애들이 팀장, 발표 안 하려고 하길래 못 참고 본인이 팀장하고 발표함.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던 시절이 그를 강하게 만들어서 그렇게 됐다고 함)
6.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취업 생각만 하면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무기력해짐.
7. 남자인데 도깨비 신부인 줄. 미래가 안보임.
1. 공부는 잘 못하는데 팀장을 함.(대학교 1학년 때는 다 고만고만함)
2. 팀장을 하며 마지막 학기에 아주 훌륭한 성과를 거둠.(노하우가 쌓여서 그런 듯)
3. 기획하고 발표하는 게 너무 재밌고 신남.
4. 그 와중에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었음.
5. 계속 미래가 안보임.
6. 정답을 외우라고 시키던 어른들이 더 이상 답을 주지 않음.
7. 꿈을 응원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어른들의 말을 듣기로 결심함.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반항하기 시작함, 선순환의 시발점)
네! 맞습니다. 저의 성장 스토리입니다. 모든 사연을 담진 못했지만 큰 사건을 요약하면 저렇게 자라왔죠.
먼저, 보통의 경우를 예 로드는 것이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전혀 해당되지 않거나, 더 안 좋은 상황도 당연히 많습니다. 저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얘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직접 겪어봤기에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먼저 와 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 대학은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이로 인한 청년들의 노력과 좌절감)
2. 터무니없이 비싼 대학 등록금. 그리고 기숙사비, 월세.
(아마 대부분이 부모님께 지원받거나 학자금 대출을 이용할 것이며, 경제적인 독립은 불가능에 가깝다.)
3. 문제를 찾는 방법, 해결책을 강구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 교육.
그리고 그걸 그대로 배워왔던 우리 청년들.
4. 취업을 위해서는 8대 스펙, 심지어 성형수술까지 포함된 9대 스펙을 쌓아야 하는 현실.
5. 공무원/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면 실패했거나 뒤쳐지는 것이라는 사회의 인식.
6. 터무니없는 집값. 그리고 생활비.
7. 이 모든 것들의 악순환. 그것도 끊임없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적어봐도 이미 청년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공부를 안 하면 안 한다고 혼났고, 성적에 뒤쳐지면 그저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 불가했습니다. 그저 대학에 못 가면 실패하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시선. 그것으로 인한 청년들의 좌절. 그래서 우리는 겁쟁이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업의 세계에서도 전혀 다른 게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취업을 해서도 겁쟁이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인 것, 그렇지 않다면 지옥을 맛보게 되는 것이 왜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을까요. 어느 순간 질문을 하는 방법도 잊은 채로, <Why>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은 현실이란 벽에 가로막혀 잊혀졌습니다.
그렇다고 구조적인 문제만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좋겠네요.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같은 조건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하진 않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것을 빼놓고 행복을 이야기하기란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겠네요. 사실 저도 아직까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보겠다고 평일 주말, 밤낮없이 일을 하는 게 즐겁긴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건 마찬가지니까요. 그래도 Good(좋은 것)을 위한 노력과 Great(위대한 것)을 위한 노력의 무게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고 있기에 끈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위대한 것을 쫓아가는 것 자체가 지금 저에게는 큰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저도 언젠가는 행복의 기준이 바뀔 수도 있겠죠.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행복한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가야만 행복한 것이라고 교육받아 왔습니다. 행복에 대한 기준도, 좋은 것이라는 기준도 우리가 정한 것이 아니고요. 이렇게 보면 우리 청년들이 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네요.
위의 기사에 화가 났지만 할 수 있는 건 인정하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할 땐 '우리 집도 잘살았더라면.'이라고 몇 번이고 생각했었으니까요. 저라고 지옥을 경험하고 싶었겠습니까. 지금도 현실적인 조건만 따지고 보면 형편이 나아진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그리고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때를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집이 잘 살았으면 뭐, 편했겠지.', '근데 지금만큼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기에서 꽃피었던 우리의 가족애는 지금 우리에게 큰 행복을 안겨다 주고 있고요. 이렇게 저는 행복 위에 행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현실을 박차고 나와 행복을 위해 이탈하자!!"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될 수 있으면 부모님 지원 다~받고, 될 수 있으면 안정적인 직장에서 부디 오래오래 살아남자, 우리!!"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저도 꼰대가 되어버리겠지요. 다만, 현실적인 조건 안에서도 <자기다움>을 찾아가며 행복을 쫓아갈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미흡한 성과라도 본인만의 방식으로 작은 실패와 성공, 행복을 쌓아나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고 싶은 기업가정신이기도 합니다.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저 역시 여전히 겁나고 실패했을 때의 시선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봤을 때도 창업을 하다가 망하면 다시 도전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까요.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길 수 있는 현실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려고 합니다.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자는 저의 철학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은 함께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