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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sbook Feb 19. 2023

환경을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카운터 위에 놓인 자본주의의 딜레마

서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무엇인지를 관찰했다. 서점이니까 당연히 책이 가장 많이 팔리지만 수익이 가장 잘 나는 상품은 아이돌 신규 앨범이다. 앨범 안에는 음반CD 뿐만 아니라 포토카드, 음반,  포스터, 사진집 등 굿즈와 결합하여 판매되고 있다.


앨범을 사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니 대체로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아침부터 초,중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아이돌 앨범을 사려고 부리나케 서점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앨범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새 앨범을 영접했다는 것 자체에 감격하는 표정을 짓곤 한다.


앨범을 보니 트랙리스트 구성은 같지만, 커버 색상도 다른데다 멤버마다 포토카드가 랜덤으로 들어있다. 금액대는 저렴한 건 1만원 혹은 2~3만원 사이다.


청소년 손님이 아이돌 신간 앨범을 결제하러 카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원 조회를 하고 바코드를 찍자 POS 창에 동종 구매 이력이 있다는 팝업창이 떴다. 그럼에도 결제를 주저하지 않았다. 꼬깃꼬깃한 지폐를 내민 채 결제를 마쳤다.


금액대가 만만찮음에도 동종을 또 구매한 이유가 궁금하여 결제를 마친 청소년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결제를 마친 청소년 손님이 매장 한 구석에서 앨범을 뜯어서 포토카드를 확인하고 있었다.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멤버마다 다르게 나오는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똑같은 앨범을 반복해서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이 그닥 순수하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도리어 불편함만 쌓였다. 구매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마다 않고 기업이 소비를 부추기는 기저를 보았기 때문이다. 청소년 손님들에게서 “제발 그만 사세요!” 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내 밥벌이가 위태로워진다는 현실 앞에 속으로 주억거리며 삼킬 수 밖에 없다.


좋아하는 마음은 우리를 구원하고 숨막힐 듯한 경쟁 사회의 해방구가 되어준다만, 정작 기업은 환경까지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다. 앨범에 포함된 굿즈류만 소비하고서 CD의 80%가 매장에서 버려지거나 혹은 소각되고 심지어 음반 재고는 폐기 처분하기도 어려울 만큼 가득 쌓여 있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플라스틱 소재(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CD가 매해 수 천만장이 소각되는데 2021년 가온차트 400위까지 실린 가수들이 만든 음반 숫자만 해도 5700만 장이나 된다고 한다.


이 때 발생되는 온실가스는 환경에도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아이돌 음반에서 ‘나무를 심자’ 는 음악을 수록한 기업을 보며 그린 워싱이 무엇인지 절절하게 깨닫는다.) 일례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케이팝포플래닛이란단체가 회사에 찾아가 이러한 소비 조장이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는 운동을 펼친 바가 있다.

출처: "지구 혼자쓰냐"…뿔난 팬들 BTS 소속사로 몰려갔다, 무슨 일 [지구용] https://m.sedaily.com/NewsViewAmp/264W7Y6B5U)​​​​​


생산 후 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질지 생산자의 몫이 중요한데 문제는 생산 후 처리를 아무리 방법을 고안해내도 환경 파괴는 필연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음원 집계를 산정하는 시스템이 바뀌어야만 환경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나오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실물 음반을 사서 재생하는 빈도는 7.1%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구매율은 높은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한다. 음원, 음악방송, 초동기록 전부 앨범 판매량으로 차트를 책정하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명예의 전당 입상이나 혹은 시상을 하려면 대량 구매가 필연 따를 수 밖에 없다. 기업은 이를 놓치지 않고 프로모션(음반 구매 후 추첨을 통한 팬사인회, 랜덤 포토카드 제공 등) 에 적극적이고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실물 앨범을 사도록 부추긴다. 실물 음반을 만들지 않고 음원만 남기면 되지 않느냐 싶지만 기업 실적 영향이 실물 앨범 판매보다 미미하기에 기업이 음반을 찍어내는 이유다.


구매 계층이 어려지고 있다는 것을 보며 아이돌을 향한 사랑을 오롯이 순수함으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청소년들에게 소비를 조장시키게 만든 기업들의 욕심이 순수를 왜곡해버린 것만 같아서.


아이돌은 팬들의 사랑을 먹고 활동한다고 했던가, 문제는 그 사랑의 형태는 팬의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자본력인 걸까?아이돌은 진짜 팬을 사랑하는걸까? 아니면 구매력을 사랑하는건가?


나는 청소년들에게 잘못을 돌리고 싶지 않다. 프로모션, 소비 조장을 일삼는 기업이 나는 못마땅할 뿐이다. 환경 파괴를 낳고 있음에도 당장 수익을 위해 근시안적인 대책만 내세우는 기업의 태도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번 글은 아래 기사 <과소비에 빠진 K-POP 문화 …. 팬과 지구만 ‘신음’> 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http://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7288

(사진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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