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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sbook Feb 28. 2023

다나카의 유머가 불편한 이유

노력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사진 출처: 트위터

1. 인스타를 넘겨보다 김경욱 씨의 성공에 대한 1분 남짓한릴스 영상을 보았다. 김경욱이라는 이름보다 일본 호스트바 출신 다나카라는 캐릭터로 친숙한 그이지만, 오랜 무명생활을 지나며 겪은 무력감 그리고 성공을 향한 절실함을 인터뷰에서 드러내고 있었다.


노력으로 일군 성공에 많은 이들의 응원이 따랐지만 씁쓸함과 찝찝함이 남았다. 다나카는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흉내내고 희화화하는 캐릭터로 제노포비아(*외국인 또는 이민족 혐오) 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 감수성을 염두하지 않은, 방향성이 잘못된 노력은 혐오로 향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개그가 먹혔다는 것. 다나카의 유머는 SNS를 타고 지상파로, 나아가 팝업이라는 실체로 드러났다. 다나카 김경욱 씨의 바람대로 무명의 설움에서 벗어나 비로소 빛을 발했다. 문제는 성공의 명보다 암도 깊었다. 제노포비아가 단지 유머로만 소비되고 호불호로만 터부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영역임에도 감수성이 무뎌져 있다는 사회의 단면을 다니카의 유머를 보면서 느꼈다.


출처: 네이트뉴스

2. 릴스나 유튜브에서 부자, 성공을 부추기는 마인드셋, 노력과 능력주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개인의 성공은 운의 영역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노력을 해야 운이 생긴다고 더러는 믿고 있다. 그러나 노력만으로 성공하는 확률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될놈될 안될안 이라는 공식은 불문율이 된 지 오래다. (노~~~오력이 부족하다라는 자조섞인 말을 뱉던 지난 과거는 잊은 것인지.) 노력을 해도 부의 되물림(수저론)같은 비능력 요소는 노력만으로 안되는 불평등과 계급 문제를 가시화한다.

문제는 운을 노력만으로 이뤘다고 부추기는 즉, 내 성공은 내 노력으로만 이뤘다며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

설상가상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을 부추기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선지자(?)들도 너무 많다는 것.


여담으로 오늘날 서점 코너를 들여다보면 암담할 때가 많다. 성공하려면 남의 것을 베껴도 ‘된다’ 는 인식을 심어주는 책부터 오로지 내 욕망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책이 버젓이 매대에 진열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다. 출판 시장이 아무리 어렵다지만 이것이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데 일조한다면? 독자들을 우롱하는 행위가 아닌가.


오늘날 노동 시스템은 나이가 들수록 소외시켜버리는 문제를 외면한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에 노동마다 급을 나눠 차별하는 시선이 아직도 공고한 한국 사회다. 이를테면 청소 노동자를 보고 ‘너 공부 안하고 놀면 저렇게 된다.’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례로 27억을 모으고 외제차를 타는 환경미화원을 보고 해고하라는 민원을 넣는 사람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어디에 방점을 맞추고 있는가를 보게된다. 보여지는 모습만 보고 판단하고서 자기 일을 묵묵히 하며 돈을 모은 사람의 모습을 등한시 하기도 하면서 당사자가 어떻게 벌고 성공 후 그의 방향성은 어딜 향하는 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듯 하다.


3. 문득 추운 겨울 지하철 입구 앞에서 전단지 할머니의 모습에서 나이가 들면 노동에서 밀려나버리는 구조를 떠올린다. 찬 바람을 맞은 채로 종이를 건네보지만 사람들은 거절과 외면의 시선을 건넨다. 칼바람처럼 차갑고 무심했고 종이 모서리만큼 날카로운 시선에 베인 채 그들은 외로운 시간을 꿋꿋이 견딘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고 무감하게 지냈고 안일하게 여겼던 삶에 균열이 일어나는 건 증언하는 사람들의 입과 글이 있어서 가능했다. 역설적으로 그런 말과 글에 익숙한 탓에 알아도 외면해버린 나의 잘못을 비추어 주기도 했다.


노력으로 일군 값어치의 무게를 재기에 바쁘고 또한 누구나 각자의 노력을 기울여 삶을 산다지만, 노력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는걸까를 떠올려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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