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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 Shin Aug 12. 2021

바닥부터 시작한 프로덕트 디자이너 해외취업

시드니에서 Product Designer가 되다.


2021년 7월 15일, Linktree에서 잡 오퍼를 받아 승낙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잡헌팅을 시작한 지는 두 달만, 첫 인터뷰를 본 지는 한 달만에의 긴 인터뷰 프로세스를 거쳐 이룬 결실이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해외 취업을 하는 것이 내 오랜 목표였지만, 정말 내가 이룰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앞이 안보이는 막막한 터널을 걸어오던 지난 2년 반이었기에 사실 아직까지도 나한테 일어난 일이 현실인가 싶으며 하루 하루를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보내고 있다.


2년 반 전에 브런치를 시작하며, 글로벌 노마드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백수 상태에서 다짐했다. 당시 나는 하루 하루 힘들게 다니던 패션 회사를 때려 치우고 자유를 위해, 내 미래 방향성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 출발했다. 


바닥부터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여정을 시작할 당시의 내 상황이나 심정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목표는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취업하는 것임에도, 나는 그 어떠한 유리한 조건도 갖추지 못했다. 디자인 전공자도 아니며, 해외에 번듯한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다. 게다가 해외에 살아봐서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는 배경도 갖추지 못했다. 해외에서 취업할 수 있는 그 벽을 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했기 때문에, 나는 바닥에서 출발하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이 코로나 시대에 내가 해외취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유들도 명확해 보였기에, 그런 꿈을 내가 이룰 순 있을까란 의심과 온갖 한계가 머릿 속에 가득했다. 디자인 학위가 없어서.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호주 경력이 없어서. 비자가 필요해서. 내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닥부터 UX/UI 분야를 시작한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반만에 해외취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영어로 된 포트폴리오 웹사이트가 있다.


나는 처음부터 포트폴리오 제대로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생각했다. 나만의 웹사이트를 통해 내 자신을 브랜딩하고, 언어의 한계와 국경을 넘어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시각적인 것과 그를 뒷바칠 논리가 담긴 포트폴리오라는 ‘도구’가 있기에, 다른 직업보다 해외 취업에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사실 해외 취업을 하기위한 전략 중 하나로, 이 직업으로의 커리어 전환을 택한 것도 있다. 


작년에 만들었던 웹사이트를 가지고도 잡헌팅에 도전했었는데, 그 때 당시에는 나름대로 정리를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취업하기에는 터무니 없었다. 다른 디자이너들의 웹사이트보다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아무 특징 없는 밋밋한 웹사이트였고 커리어 경험도 너무 부족했다. 이번에 다시 준비하면서 약 6개월 동안 새 웹사이트 빌딩툴을 통해 완전한 리뉴얼을 진행했고 조금이라도 더 내 색깔에 맞게, 좀더 인상을 줄 수 있는 효과를 넣은 웹사이트로 바꿨고 스스로도 전보다는 자신이 생긴 상태로 지원할 수 있었다. 포트폴리오와 관련한 내용은 추후 디자인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만들기 매거진에서 좀더 다루고 싶다.


2. 

2년 반동안 다양한 플랫폼을 경험했다.


원격근무로서의 유연한 근무방식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같은 기간에도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압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무리해서라도 풀타임을 두 개 하던 시절도 있었고, 프리랜서로서 제의가 들어오면 약간 나한테 어려울 작업일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도 마다하지 않고 일단 도전했다. 새로운 디바이스 플랫폼이면 리서치를 통해 배워서라도 디자인을 하면서, 한번 시작한 업무의 마무리는 책임지고 확실하게 끝내고자 했다.

 

그렇게 앱, 반응형 웹, 웹앱, 어드민 등의 다양한 플랫폼들을 넓게 경험하니까 스스로도 좀더 넓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어서, 주니어 레벨이긴 하지만 깊은 사고를 바탕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쌓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3. 

해외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한 경험이 있다.


해외 클라이언트의 반응형 웹을 디자인 했던 인연을 바탕으로, 해당 회사와 캐주얼 베이스로 프로덕트 디자인 컨설턴트로 계약하여 이후에도 같이 작업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첫 시작에 서로 좋게 인연이 되었고 마침 회사에 디자이너가 따로 없었어서 나와 계속 일하고 싶어했다.


아무래도 해외 클라이언트와 영어로 작업한 경험이 있었던 것이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데에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해외취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해외 클라이언트와의 작업 경험이 꼭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다. 한국 회사에서만 근무했어도 영어로된 탄탄한 포트폴리오가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충분할 수 있을 것이다.


4.

취업을 하려는 나라에서 살고있었다.


현재 호주는 국경이 봉쇄되어 쉽게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다. 그렇기에 아예 현지에 있지 않다면 비자를 내주기가 더 까다롭고 시차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시드니에 있고, Linktree는 멜번 베이스의 회사며 호주에 있는 사람들 위주로 뽑고 있다. 원격근무가 베이스기 때문에 사실 어느 나라에 있든 상관 없지만, 현재로서는 호주 내에 있는 사람들 위주로 뽑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해외 취업을 원하면, 가능하다면 우선 해외로 나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당장 취업이 안되더라도 그 나라에 적응하면서 생활해보고 나와 맞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현지에서 그 나라 친구들을 만들면서 예상치 못하는 네트워크가 생길 수도 있고, 언어나 문화적으로나 더 빨리 적응해 놓는 것이 해외 취업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약 2년 전에 호주에 왔고, 계속 한국이나 미국 회사의 업무를 원격으로 해왔다. 한국인 그룹에는 전혀 속해 있지 않고 모두 호주 친구들이나 다른 국적의 친구들을 만들고 함께 살고 있다. 그렇다보니 영어도 좀더 빠르게 늘고 문화적으로도 이 나라의 문화가 어떤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해외 취업을 통해 그 나라의 거주까지 생각한다면, 취업 전에 라이프를 경험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5. 

글로벌 회사에 지원했다.


Linktree는 글로벌 회사다. 정말 다양한 배경과 국적의 팀원들이 함께하고 있고, 프로덕트도 세계적으로 빠르게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호주가 아닌 다른 국적의 팀원을 채용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고 비자를 지원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어 다양한 팀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글로벌한 팀원들을 포용하고 있음을 자랑스러워 한다.

 

처음에 지원할 때는, 글로벌 회사라는 인식으로 인해서나 어떤 대단한 전략으로 지원했다기 보단, 우선 채용공고가 나왔기 때문에 바쁘게 지원했던 것이지만 지금보면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사실임을 깨달았다. 내가 어떤 회사에 채용되는 것이 약점이 아니고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를 명확히 분석하고 지원하는 것이 해외취업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다. 

  



지난 일기를 보니 이런 내용을 써왔었다. 


나는 해외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어느 한 곳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될거라고. 


그리고서 일단 호주에 나와 어떻게든 시작해보니, 1년 뒤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집에서나 도서관에서나,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하는 곳이 그 날의 사무실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해외 취업이었다. 한국어를 쓰며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을 지향하는 프로덕트라도 한국인이 대표인 기업이 아니라, 순전한 해외 기업에 채용되는 것. 말그대로 글로벌한 회사에서 글로벌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목표였기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1년을 묵묵히 준비했고, 어느 순간 내가 상상하던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과는 비교가 안되는 연봉과, 꼭 돈뿐만이 아니라 야근 없이 내 시간과 자유를 지키고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 쓸데없는 시간 낭비 없이 서로 효율적으로 업무하는 원격근무 체계, 아무리 높은 직급이라도 나와 친근하게 대화하면서 같은 팀으로서 일하는 느낌, 한국어의 경어체로 서로 괜한 벽이 생길 수 있는 그런 장애물을 벗어난 영어를 사용하는 문화, 신입이라고 눈치보며 휴가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 팀원들의 멘탈 건강을 위해 제공하는 명상 프로그램들 등… 다른 해외 디자이너 분들을 보면서, 과연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까 싶었던 그런 일들이 정말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브런치를 시작한 뒤로, 나에게 메일과 댓글로 문의를 주신 수많은 분들이 있다. 


비전공자로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나 방향에 확신을 할 수 없는 분들, 원격근무를 하며 디지털 노마드처럼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새로운 커리어 변경을 하고 싶은데 너무 늦은건 아닌지, 심지어 앞으로의 인생의 방향을 모르겠다며 좌절하던 분들 등. 


나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때라 거창한 답변은 못드려도, 내 답변과 내 글을 정독하고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내 이야기가 어떤 분들에게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나도 내 여정 속에서, 이미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멋진 디자이너분들의 경험들을 통해 힘을 얻고 달려올 수 있었듯, 나도 그런 역할에 작은 보탬이 되고 영감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게 행복감을 준다. 


해외취업을 했다고 목표가 끝난게 아니라, 이것은 또 다른 시작이고 아직 많은 챌린지들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이것 또한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에서의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너무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품으려고 한다. 이 매거진을 통해, 어디에선가 처음 UX/UI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막연하게도 언젠가 해외에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분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의심부터 드는 분들께, 나도 했으니 그 누구든 백지 상태에서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작은 가이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인터뷰 프로세스(대게 4-5차, 약 한 달 정도)와 각 단계에 따라 내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주관적인 팁을 공유해 볼 예정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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