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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덕수 Jul 02. 2016

가짜 대학을 만들다

프롤로그(Prologue)

“대학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대학에 합격했다. 노심초사하시던 어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나를 격하게 안아주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대학 이름을 보시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대학이라며 의아해하셨고 결국 홈페이지를 보고 나서야 이내 미소를 보이셨다. 아버지는 상당히 보수적이셨다. 대학에 떨어질 때마다 나는 대학을 가지 않으면 안 되냐고 말씀드렸는데 그때마다 험악한 인상을 쓰시고는 말씀하셨다.

“우리 사회는 규칙이 있어. 첫 번째 규칙은 대학에 가는 것. 성공적이고 행복한 인생? 그럼 대학에 가. 누군가가 되고 싶으면 대학을 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대학을 가.”

그런 아버지에게 대학 입학허가서는 오랜 가뭄의 단비처럼 기쁜 소식이었다. 아버지는 입학허가서를 한참이나 바라보시더니 이내 거액의 등록금을 주시며 말씀하셨다.

“아빠와 엄마가 입학식에 널 데려다 주마.”


머리끝이 쭈뼛 서고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먼 지방의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대학은 내가 만든 가짜 대학이었다. 대학을 가지 못해 부모님께 다리에서 주워 온 자식 취급을 받을 바에야 거짓으로라도 꾸며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친구가 합격한 대학의 입학허가서를 스캔해 위조를 한 것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해야 했다. 이제 와서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말하고도 싶었지만 입학허가증을 받았을 때의 부모님의 환한 표정이 아른거렸다. 내 손안에 거액의 등록금을 바라보았다.

‘단 하루면 될 것이다. 입학식만 잘 보내면 된다.’


지방의 폐건물을 임대했다. 건물을 다 고치지 않아도 된다. 부모님의 동선만 손보면 될 것이다. 메인 로비, 복도, 기숙사방...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장 역할을 해주실 분도 섭외했다. 다행히 친구의 삼촌이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입학식은 분주해 보여야 하고 거짓이 들통나면 안 되니 모르는 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모집했다. 마지막으로 학교 티셔츠와 모자까지 도착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설렘 하나 없는 긴장감만 가득한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정전이 될 뻔한 것. 어머니께서 인테리어를 하지 않은 화장실 문을 열 뻔 한 것을 빼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었다. 사소한 실수들이 있었지만 분위기라는 것에 휩쓸리면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어머니는 차를 타고 학교를 떠나면서 말씀하셨다.

“날개를 활짝 펴라!”

‘…….’

어쨌든 이제 더 이상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 숨 돌리며 기쁜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건물 정문의 벨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았다. 이럴 수가… 심장이 벌렁거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 밖에는 백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학생들이 서 있었다. 그 학생들이 날 보더니 일제히 소리쳤다.

“우리 이곳에 합격했어요!”

친구는 클릭만 하면 입학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전국에서 대학을 가지 못한 학생들이 다 이곳으로 모였다.


모두를 강당에 집합시켰다. 떨리는 마음으로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할 참이었다. 숨을 가다듬고 입술을 떼는 순간. 한 학생이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질문은 나중에 받겠다며 무시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으며 손을 흔들어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발언권을 주었다.

“내가 이 학교에 합격했을 때, 우리 부모님이 생전 처음으로 내가 자랑스럽다고 해주셨어요.”

다들 한바탕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간간히 환호성도 들렸다. 그들 모두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한 명,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숱한 거절과 거부에 찌들어버린 이곳이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이 눈에 가득했다. 사실 그건 바로 내 모습이었다. 며칠 동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갑자기 심장이 벌렁거리더니 이내 불덩이처럼 타올랐다. 마이크를 힘껏 움켜쥐었다.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우리 모두 Yes를 들을 자격이 있지 않나요? 이 대학이 여러분들에게 ‘Yes’합니다. 당신의 희망에 ‘Yes’합니다. 당신의 꿈에 ‘Yes’합니다. 당신의 약점에도 ‘Yes’합니다. 이곳에 입학하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맙소사!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오리엔테이션 날짜를 연기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갔다. 학기를 시작해야 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대학이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유명대학에 다니는 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태반이 졸고 어떤 학생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다른 교수님은 강의는 하지 않으시고 끊임없이 칠판에 강의 내용만 적으셨다. 옆에 있는 학생은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어려운 공식들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이게 대학이라는 곳인가…….’

수업을 마치고 다른 친구를 만났는데 뜻밖에도 친구는 한숨을 쉬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내가 정말 듣고 싶은 수업이 하나 있긴 했는데 수강 신청을 못했지 뭐야. 사진을 배우는 과목인데… 그 학과 학생만 들을 수 있다나. 게다가 애들이 하나만 듣지는 말라더라. 학위가 따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이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걸 듣지도 못하고 게다가 학위를 따는 것이 수업을 듣는 목적이라니. 대학이 무엇인지 궁금해 대학을 알아보고 나니 오히려 혼란만 더 커졌다. 도무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 내가 모르겠다면 학생들한테 물어보자!’

시중에서 보기 힘든 엄청나게 커다란 하얀색 칠판을 구입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평생 뭘 배워야 하는지 듣기만 해왔잖아. 하지만 오늘은 입장이 바뀔 거야. 이제 너희들이 하고 싶은 모든 걸 이곳에 적어봐. 그것들을 과목으로 만들어줄게!”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감이 오셨을 것이다. 영화 <억셉티드Accepted>의 이야기다. ‘에이, 그럴 줄 알았어.’ 하고 실망하실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일들이 과목이 된다니.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실망하긴 아직 이르다. 지금부터는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고 행복학과, 죽음학과, 섹스학과, 돈학과, 잘 먹고 잘 살기학과에서부터 주량측정하기, 번지점프, 하프마라톤, 스카이다이빙 등이 과목으로 이루어지는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학교를 현실에서,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나와 열정대학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열정대학 스토리


프롤로그(Prologue)

1. 가짜 대학을 만들다

2. 알통학과? 섹스학과! 무슨 대학? :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학교


Part 1 20대, CEO에 미치다

3. 라이프워크를 만나다 : 자신의 일생을 걸고 쫓아가야 할 테마

4. 명함은 나의 첫인상이다 : 저는 유덕수닷컴의 CEO 유덕수입니다

5. 벽은 내 마음이 만든다 : 돈이 없어도 비싼 세미나를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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