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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덕수 Jan 09. 2017

짧은 열흘, 긴 배움

CEO 분들을 스승으로 만드는 법

꿈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간다면,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꿈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 일상이 될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미국의 사상가, 문학가.


'다시 한번 CEO 분들을 만나자!'

군입대를 하고 나니 많이 불안해졌다.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은 경영자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텐데 나는 자꾸만 뒤처지는 것 같았다. 자연스레 열정이 가장 타올랐을 때를 떠올렸다. 두 달 후 열흘 간의 상병 정기휴가를 목표로 정하고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CEO 분들께 편지를 썼다. 군에서 책을 많이 읽은 것도 도움이 되었다. 인맥은 기본적으로 Give&Take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얻고 싶을 때는 상대방이 거절하기 어렵도록 먼저 주어야 한다. 10여 분의 CEO 분들께 쓴 편지를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구본형 소장님의 신간 ‘오늘도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라는 책을 10권 구입해서 편지랑 같이 개별 포장해서 붙여주세요.” 

인터넷을 잘 모르시던 아버지께서는 서점에서 같은 책 10권을 구입하셨다. 그리고 거실에 앉아 편지와 함께 일일이 재포장을 하시고 우체국을 방문해 택배로 발송해 주셨다. 


"화요일 5시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미래산업 정문술 전회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공무원으로 퇴직하시고 사업을 하시다 세 번을 실패하셨고 실패 후 아내와 함께 청계산에 올라가 자살을 기도 하셨다. 하지만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의지로 미래산업을 창업하셨다. 미래산업은 반도체를 만드는 기계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당시 매출이 수천억 대에 달했다. 절대 가족은 회사 근처에도 못 오게 하시고, 회사가 잘 나갈 때 전문경영인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은퇴를 하셨다. 은퇴 후에도 주식을 팔아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하셔서 KAIST에는 정문술관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다. 벤처기업가분들조차도 멘토로 삼는 존경받는 CEO 분이셨다. 두 번째로 유앤파트너스 유순신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MBC 성공시대에도 나오시고 억대 연봉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여성 헤드헌터 1호이시다. 사장님보다 홍보담당자님 하고 더 많은 얘기를 했지만 ‘우리 서로를 지켜보자’ 던 사장님의 말씀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두 분 말고 연락이 없었다. 두 분의 만남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달랐다. 두 분만으로는 열흘이라는 내 휴가가 너무나도 길어 보였다.


군인이 부대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만 고민했다. 순간 전화기가 눈에 들어왔다. 수화기를 들고, 114를 눌렀다. 

"저기 인터넷 기업 옥션 좀 바꿔주세요."

옥션 CEO이신 이금룡 회장님께도 편지를 드렸었다. 114 교환원은 당연히 옥션 고객지원센터를 바꿔주었다.

“안녕하세요. 옥션 고객지원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죄송한데, 비서실 좀 바꿔주세요." 

다행히도 상담원은 비서실로 전화를 돌려주었다. 비서분께 2주 전에 편지와 책을 보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비서분께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시더니 한참 후 말씀하셨다.

 

“회장님께서 약속 잡으시래요.” 


114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게 된 것이다! 그 만남이 인연이 되어 이금룡 회장님은 내 결혼식 주례도 봐주셨다. 이금룡 회장님은 적자였던 옥션이라는 기업을 3,000억에 미국 이베이에 매각했다. 당시 아시아나 항공사가 그 정도 규모였다고 하니 어머어마한 금액이 틀림없었다. 협상 과정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이베이와 합작회사에 관한 협상을 진행했는데 이베이는 옥션이라는 중소기업을 선택했다. 이금룡 회장님이 이베이 창업자인 맥 휘트먼을 만났을 때 물었다. "왜 옥션이었냐고", 맥 휘트먼은 말했다. "국내 굴지 대기업의 MBA 출신들이 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당신 내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영어도, 발표도 잘하더라. 그런데 당신을 만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당신은 인터넷이 뭔지를 안다." 인터뷰 당시 사무실 벽면 한쪽을 가득 채웠던 신문스크랩들도 인상적이었다. CEO의 자질이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라는 질문도 했는데 선천적인 것 같다는 말씀에 기가 죽기도 했다. 그걸 눈치채셨는지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어깨를 다독이며 한마디 해주셨다. "유군이 여지까지 온건 선천적으로 CEO가 될 자질이 있다는 거야." 그리고 개인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 만나고 싶었던 ‘나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어라’의 저자 SMG 이정숙 사장님도 114를 통해 통화하여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정숙 사장님이 직접 전화를 받으셔서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사장님이 직접 전화를 받으시는 건 내 시나리오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인터뷰한 내용을 리포트로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정문술 회장님은 인터뷰가 끝나고 나에게 숙제를 주셨고 이정숙 사장님은 인터뷰 말미에 한 우편물을 보여주셨다. 교회 주보 같은 느낌이었는데 한 비즈니스맨이 정기적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적어서 보내주는 그만의 소식지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글과 그림을 친필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달라야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되고 이것이 개인 브랜드의 좋은 사례라고 하셨다. '완전 내 스타일이다!' 군으로 돌아가자마자 <짧은 열흘, 긴 배움>이라는 제목으로 열흘간의 만남을 리포트로 작성했다. 더불어 네 분의 인터뷰에서 CEO의 자질들을 도출하고 그 역량들을 어떻게 함양할지도 정리했다. 군대에서 CEO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독서의 내용들도 추가했다. 리포트를 하나하나 포장하며 꿈같은 상상에 젖어들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이 분들이 나중에 강연하실 때 내 얘기를 해주실지도 몰라. 그리고 신문에 칼럼을 쓰실 때 내 얘기를 써주실지도. 아니면 책에 내 얘기가 실릴 수도 있을 거야. 게다가 진짜 나를 제자로 생각하시고 뭐든 가르쳐주실지도 몰라.'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덕수 씨, 유사장께서 경향신문에 연재 칼럼을 기고하시는데, 유덕수 님에 대해서 쓰신 내용이 있어 보내 드립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리포트를 보내고 두 달 정도 후 외박을 나갔는데 유앤파트너스에서 새로운 메일이 와있었다. 유순신 대표님께서 내 이야기를 칼럼으로 써주신 것이다! 링크된 주소를 클릭하는데 경향신문 사이트가 떴다. 몸값 업그레이드라는 칼럼이었다. 서둘러 첫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GE의 잭 웰치나 IBM의 루 거스너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군 복무 중이던 한 대학생의 전화를 받은 것이 두어 달쯤 전이었다." 맞다. 내 얘기다. 순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인터뷰에 주된 내용은 휴가 기간 동안 만난 네 분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칼럼에는 김군이란 이름만 나왔다. ‘도대체 김군이 누구란 말인가!’ 타오르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홍보팀장님한테 여쭤보니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김군으로 작성했다고 하셨다. ‘왜 내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단 말인가! 당사자가 보호받고 싶어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유군도 아니고 김군이라니... 나는 유덕수라고 쓰고 괄호 열고 주민등록번호를 써도 괜찮은데 말이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이름이야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때는 그럴 나이기도 했다.


칼럼 내용 마지막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이미 미래의 CEO를 향한 마라톤 출발선상에서 한참을 앞서 나간 듯하다.”

칼럼에 내 이야기가 나온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 최고의 헤드헌터 분께서 나를 칭찬해주셨다. 이후로도 언젠가라고 바라던 일들은 내가 노력하면 훨씬 빠른 결과로 다가와 주었다. 군 전역 전까지 메일과 편지를 보내 내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게 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고구본형 소장님과 휴넷 조영탁 대표님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구본형 소장님은 강연에서 '어떻게 하면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냐?'는 청중의 질문에 한 군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며 그 친구처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하셨다. 내 마음은 어느덧 최고의 CEO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유순신 칼럼] 몸값 업그레이드 

2002.06.03 경향신문


"한국에도 GE의 잭 웰치나 IBM의 루거스너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군 복무 중이던 한 대학생의 전화를 받은 것이 두어 달쯤 전이었다. '전문 경영인'이란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 군은 최고경영자(CEO)를 목표로 하는 젊은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비슷한 질문을 해오는 수많은 학생 중 하나라는 생각에 가볍게 대답하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본인이 최근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 한 권과 함께 진지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와 호기심에 인터뷰 약속을 했다.


직접 찾아온 김군은 오래전부터 전문경영인 관련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모델이 될 만한 CEO를 선정, 인터뷰 계획을 세우고 연구하는 치밀함을 보여 주었다. 인터뷰 명단에는 업계에서 성공 스토리를 갖고 계신 CEO들이 여럿 있었다. 그는 귀대 후 휴가 중 만났던 CEO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 분석한 자료를 보내왔다. 미래산업 정문술 전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우등상 제도가 있는데 이는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과목을 잘한다는 것은 특출 나게 잘하는 분야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옥션 이금룡 전 대표는 "인생은 마라톤이다. 목표를 두고 준비하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사업에서도 먼저 예견하고 시작한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듯이 미래를 알고 미리 준비한다는 것에 역점을 둬라"고 하셨다 한다. 또한 김군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 설계를 하고 어떻게 목표를 이룰 것인가에 대해 언급했다. 전문경영인이 되기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내용들을 열거했지만 김군이 한 마지막 내용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우선순위는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만든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 활동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지금의 학생 때 더욱더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입니다."


먼저 실력을 키우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선택을 빨리 하여 철저히 직장 설계도를 구성하고 준비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물론이다. 목표를 정해 한가지씩 실천해 나가고 있는 김군은 이미 미래의 CEO를 향한 마라톤 출발선상에서 한참을 앞서 나간 듯하다. <유니코써어치 대표 www.unicosearch.com>


[유덕수의 성과분석물1] 짧은 열흘, 긴 배움 다운로드


[유덕수의 성과분석물2] Preparation 다운로드

* 2편의 경우, 1차 성과분석물을 보내고 피드백이 오질 않아 마지막 장에 피드백을 해주실 수 있는 질문지를 만들어 첨부했다. 그리고 우편봉투에 우표를 붙여 동봉하여 바쁜 CEO 분들께서 가급적 시간을 쓰지 않고 피드백을 해주실 수 있도록 하였다.


[유덕수의 성과분석물3] WHO AM I?는 개인적인 이력에 관한 내용이어서 공개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글들을 통해 보다 자세히 내용을 공유하겠습니다.


열정대학 스토리


프롤로그(Prologue)

1. 가짜 대학을 만들다

2. 알통학과? 섹스학과! 무슨 대학? :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학교


Part 1 20대, CEO에 미치다

3. 라이프워크를 만나다 : 자신의 일생을 걸고 쫓아가야 할 테마

4. 명함은 나의 첫인상이다 : 저는 유덕수닷컴의 CEO 유덕수입니다

5. 벽은 내 마음이 만든다 : 돈이 없어도 비싼 세미나를 가는 방법

6. 5년 후, 너는 무엇을 하고 있지? : 꿈과 목표의 차이

7. 대한민국 최고의 CEO를 만나다 : 간절히 원하면 기회가 보인다

8. 짧은 열흘, 긴 배움 : CEO 분들을 스승으로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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