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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 Nov 09. 2016

백의민족

손바느질로 그린 그림

작년 여름

샌프란시스코 한인 박물관 

건립 추진 행사로 열리는 전시회에 

작품을 전시하기로 하고,

두 달 여 동안 쉬지 않고 

개미처럼 바느질 해 만든 

바느질 그림,

'백의민족'


전시의 주제인 

'한민족, 이민사'에 맞게 만드느라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책을 읽고 

많은 스케치를 하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만들어 입혔다는 

'백 조각 저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람의 심장을 감싸는 저고리를, 

흰색 비단 조각들을 모아 

무지개 색 비단실로 한 땀 한 땀 이어 붙여 

만들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백의민족',

즉 흰옷을 즐겨 입는 민족으로 불렸다.

흙바닥이 대부분이던 시대에

양잿물에 삶아 세탁해야 하는,

관리하기 힘든 흰옷을 

평상복으로 고집한 이유는 

흰색이 빛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건국신화......

우리 민족은 천신 환웅의 아들인 

단군으로부터 생겨났다는 

그 이야기.


그때부터 입어 왔다는 

하늘의 자손이라는 

의미가 깃든 

빛을 상징하는 흰 옷.


세계에서도 드문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국가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이제 나를 포함한 

많은 이가 

태어난 나라를 떠나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 살더라도

결국은 한국사람이라서

고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함께 마음을 졸이고, 걱정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살아간다.


비록 

몸은 다른 나라에 이주해 

흩어져 살지만,

낯선 나라에서 

녹록지 않은 삶을 사느라 

가끔은 얼룩도 지고 해지기도 하지만,

타향살이로 인해 

소매 끝에 때가 꼬질 하게 탄,

이 하얀 저고리처럼

무지개색 실로 모두가 이어져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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