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느질로 만든 그림
한국과는 달리 적당한 가격의 맘에 드는 액자를 구하기가 어렵다.
마음에도 썩 들지도 않는 액자를 어마어마한 가격에 몇 번 맞추어 써보고 난 뒤, 요즘은 맞춤이 아닌 판매하는 액자 중에서 적당한 것을 찾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디를 가던 혹시 '괜찮은 액자를 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몇 년 전, 꽤 유명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곳에 들렀다가, 가느다란 테두리에 앞뒤가 모두 유리로 만들어진 액자를 발견했다. 크기가 좀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라 여러 개를 사서 들고 왔었다.
내가 물고기를 만들게 된 시작은 절에서 보았던 '목어'이다. 물고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산속의 절에 생뚱맞게 물고기가 걸려있는 것은 물고기처럼 항상 눈을 뜨고 있으라는, 즉 쉬지 않고 수행을 하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잠을 잘 때 조차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물고기의 눈은 세상을 향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눈이 구도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각의 의미가 된다고 했다.
이 액자들을 갖게 되어서, 조각보 만드는 전통 바느질로 또 색다른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
반투명으로 비치는 비단인 갑사를 가지고 창문에 거는 발을 만드는 기법인 '쌈솔' 바느질을 해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들을 양껏 만들었는데, 모두 눈이 없는, 속이 훤히 보이는 물고기들이다.
십여 년 전부터 시작된, 책을 읽으며, 바느질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보내는, 그러면서도 구도의 경지에는 결코 이르지는 못하는 나의 불면의 밤이 눈 없는 물고기들을 만들게 했다.
화려한 꽃무늬의 푸른 비단으로 만든 눈 없는 물고기.
물고기가 진짜 원하는 것은 보잘것없는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어떤 다른 눈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 눈을 가지려면 앞으로 얼만큼의 세월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도 투명한 유리 사이에서 몸 가릴 곳 없이 훤히 속이 들여다 보이기에, 겉모습을 꾸밀 더욱더 풍성하고 치렁치렁한 지느러미와 꼬리가 필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