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감독의 단편 영화 <불온한 젊은 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박미희 감독의 <불온한 젊은 피>는 ‘가는 말’, ‘오는 말’에 깃든 상호 간 폭력에 관한 날것의 서사다. 자전거를 탄 더벅머리 소녀가 중년 사내가 운전하는 차 앞에 갑자기 끼어든다. 사내는 분노하면서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맞은 소녀 역시 만만치 않아서 그를 유인한 뒤 그가 뱉은 욕설의 토씨 하나까지 고스란히 갚아준다. 그렇게 그들이 번갈아 땅바닥에 나뒹군 끝에야 기이한 동행이 합의되는 듯하다. 영화는 폭력의 본질을 섬뜩하게 묘사했다는 호평과 함께 2008 대종상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등장인물은 서로에게 전적으로 타자(他者)다. 성인 남성과 어린 소녀(비록 성별이 모호하지만), 자동차와 자전거, 옷의 명암의 대비와 신체적 결핍 여부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이들은 결국 같은 길목에서 불안한 동행을 계속해야 하는 ‘같은 피’다. 폭력은 사내가 소녀에게 물려준 근원적인 유산이다. 마지막에 앞서가는 소녀를 어쩌지 못하고 서행하는 사내의 억울한 표정은 이 영화의 백미다. 서스펜스에 이어 종결까지 책임지는 폭력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