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를 시작하고 만난 사람들은 참 이상했다. 어디 사는지 물어보더니 R이라고 답하면 몇 동에 사냐고 다시 물어본다. 우리가 지내는 R은 동마다 평수가 다르다. 몇 평에 사는지 돌려 묻는 것이다.워낙 무서운 세상이니 묻는 사람들을 그저 경계만 했는데남편은 단번에 의도를 파악했다.
몇 평에 사는지 그렇게들 궁금한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R에서도 가장 큰 평수가 있는 동에 거주하게 됐다. 우리에게 관심은 1도 없으면서 그저 평수만 궁금한 이들에게 생각지 않게 좋은 답변이 되고 있다. 시원하기도.
인테리어를 하는 동안 아이들과 지낼 집을 구하는 일은 어려웠다. 학교도 보내고 어린이집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둘 다 어린이집에 다니면 짐을싸서 친정에 가볼까 했겠지만 학교라 그럴 수도 없었다.삼시세끼 밥을 해 먹지 못할 수도 있으니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도있어야 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내내 사 먹게 될 거라는 것을 말이다.
결국 중요한 건 기간이 아니라 시기였다. 한 달이나 두 달 동안 살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5주에서 6주로 기간 잡고 구하려니 매우 어려웠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적게는 1주에 25만 원에서 많게는 40만 원이었다.물론 관리비는 별도랍니다.
남편이 손가락품을 많이 팔아서 우리가 지낼 집을 결국 구했다. 삼삼엠투 어플을 설치해서 봤었지만 우리와 조건이 맞는 집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는데 그 어려운 일을 남편이 해낸 것이다. 근처 부동산에 전화도 많이 한 듯했다. 이사할 집에서 멀지 않았고 5주에 60만 원으로 계약을 했다. 그럼 관리비는? 한 달에 50만 원 정도 나오지만 집주인 할머니께서 내시겠다고 했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단지 내에서 단기 임대로 소문이 나서 많이들 찾는다고 하셨다.
안방 맞은편 방에 청년이 살고 있는데 사회초년생 공무원이라고 하셨다. 아이들 때문에라도 신경은 쓰였지만 사실상 선택권은 없었다. 그 집에 살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여자 한 분이 더 늘었다. 그렇게 셋방살이가 시작되었다.
제대로 쉐어하우스였지만 남의 집에 그리들 관심이 많은 이 동네에서 오는 다분히 의도가 있는 질문에 눌러 주는 답을 날려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