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보낸 편지였다. 전화만 하면 딸에게 살기 힘들다며 하소연하기 바쁜 엄마가 생각나서 보낸 거였다. 그런데 '반송'? 반송이라니...
... 잠깐이었지만 내가 정지된 것 같았다. 그러다 금세 이유를 알아챘다. 호수를 잘못 적은 거였다.
사실 도둑이 제 발 저렸던 거다. 얼마 전 엄마에게 그간 쌓아뒀던 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말을 하면 엄마가 어떨지 불 보듯 뻔했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었다. 말 그대로 쌓아뒀었다. 그대로 먼지가 켜켜이 쌓여서 나조차도 애써 외면하고 지냈었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할 말이었다. 마침 타이밍이 되었고 그래서 말했다. 엄마에게 마음이 쓰였지만 그 뒤로 전화는 하지 않았다. 둘째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서 연주한 영상을 받아서 살포시 전달만 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법 잘하는데"라고 말한 글자 뒤로 보이는 엄마를 애써 모른 척했다.
나는 아직도 엄마가 어렵다. 사실 다 알아서 너무 잘 알아서 더 어렵다. 해야 하는 말을 애써 누르며 지내다가 되려 우리를 해칠까 봐 이제는 말하며 살아보려 한다. 더 매정한 딸년이 될지언정 말이다.
그나저나 편지 다시 보내야겠네. 우표를 4장이나 썼는데 아깝다. 이 시점에 우표가 아까워지네,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