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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Oct 30. 2024

머리카락이 풍년이야!

학생일 때 엄마는 늘 말했다. 머리카락이 '풍년'이라고. 그러니 제발 머리 좀 묶으라는 잔소리도 함께.

그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아니, 정확하게는 와닿지가 않았다. 방청소를 해도 그저 '머리카락이 많네.' 정도였으니까.


딸 둘을 키우다 보니 이제야 슬슬 '그' 말이 '뭔' 말인지 알겠다. 태어나서 꽤 오랫동안 머리가 민둥민둥했던 아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머리를 묶기도 하고 땋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원해서 첫째는 단발머리가, 둘째는 긴 파마머리가 되었다.


아이들이 아가였을 때, 정확히는 머리가 민둥민둥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머리카락 길이가 꽤 되다 보니 화장실에서 머리를 말리고 나면 욕조에 물이 안 내려가는 날도 생겼다. 원체 많이 빠지고 있던 내 머리카락에 아이들 머리카락까지 얹어지니 그야말로 '머리카락이 풍년'이 되어버렸다. 뿐만일까. 식탁 아래에도 수두룩하고 침대에도 소파에도 수두룩하다. 우리 털갈이하는 건 아니지?


그 시절의 엄마의 고충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제는 엄마의 말들을 웬만치 이해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깨닫는 것이 있다니. 살면서 또 하나씩 생기겠지? 문득 호랑이 같던 그때의 엄마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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