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지 않았다. 괜히 좀 그랬다. 저녁 먹은 식탁을 치워놓고 설거지는 잠시 미뤘다. 주말에 사다 놓은 조각케이크를 꺼냈다. 달달한 걸 먹으면 조금은 나아질까 싶어서였다. 처음 먹어 보는 맛이라 생각 없이 한참 먹었다. 너무 달았다가 또 괜찮았다가 너무 달았다가 또 괜찮았다를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케이크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분은 계속 그냥 그랬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봤다. 이 기분은 어디서 온 것일까. 도대체 왜 때문에.
밥 먹기 전에 아이들이 다퉈서였을까. 어머님께 하필 그 모습을 보여드려서였을까. 집에 가실 준비를 서두르시는 전에 없던 어머님 모습이 자꾸 보여서였을까. 오늘은 어머님이 오시는 마지막 날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계속되는 이 기분의 원인은 아니었다. 기분이 괜히 좀 그렇다고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그러다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엄마였다.
건강검진을 하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평소에 전화를 잘하지 않는데 순간 무슨 바람이 들었나 보다. 엄마랑은 할 얘기도 딱히 없고 어찌저찌 얘기를 하더라도 꼭 벽에 얘기하는 느낌이었다. 엄마와의 대화는 언제나 일방통행이었다. 좋게 전화했어도 좋게 전화를 끊지는 못했다. 쓰다 보니 슬프네.
오늘 통화는 어쩐지 잘 끝났다했다. 마지막 엄마의 말에 반문(盤問)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찜찜해도 그대로 뒀더라면 영향이 없었겠지. 다시 캐어 묻는 바람에 불편한 마음이 기저에 깔려버렸다. 앞뒤가 맞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딴 소리로 인해 또다시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뒤엉켜 가라앉아버린 기분은 불편함으로 깔려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오늘의 기분은 그 때문이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했다. 넘겨버리면 그만인 것을 왜 이렇게 매번 넘기지 못하는 걸까.
다행인 건 불똥이 아무에게도 튀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각이 정리되면서 편해졌다. 보통은 그 불똥이 아이들에게 튀는데 지나고 나서 후회하고 반성하는 일이 허다하다. 오늘은 후회하고 반성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 와중에 그건 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이렇게 마무리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