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두 번째 이야기
호텔로 가자마자 짐만 두고 다시 나왔습니다. 호텔에서 미적거리는 것보다 빨리 이곳저곳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첫 목적지는 원래 고베였지만, 생각이 바뀌어 고시엔 구장으로 향했습니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사카와 고베 사이에 있기 때문에 들렀다가 가도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마음대로 계획을 바꿀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자유여행, 그중에서도 혼자 하는 여행의 장점입니다.
두 번째 열차인 JR고베선 전철을 타고 고시엔으로 향했습니다. 고시엔은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답게 한신 전철을 타고 가면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지만 간사이 와이드패스는 JR만 탈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고시엔구치(고시엔입구)역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습니다. 서울대입구역에 서울대가 없는 것처럼 고시엔구치역에서 고시엔을 가기 위해서는 이십 분 정도 걸어가야 했습니다.
고시엔 구장까지는 충분히 걸을만한 거리였습니다. 걷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일본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을 하다 보면 관광지 주변에서 걷는 게 고작일 때가 많습니다. 관광지 근처에서는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자주 해 볼 수 없는 경험이기에 고시엔까지 걸어가는 길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고시엔 구장은 굉장히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겉모습만 보더라도 오래됐다고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낡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래된 멋진 건축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SK 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경기장도 이러한 모습으로 늙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맞으면 직접 구장에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는 투어도 가능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다 끝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는 꼭 경기를 보러 와야겠다고 다짐하고 세 번째 열차인 한신 고베선을 타고 고베 산노미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