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기쁜 얼굴로 인사할 걸 그랬다.
갑자기 맞이한 친절에 당황하지 말자. 벙찐 얼굴로 고맙다고 돌아선 후, 후회했다. 조금 더 기쁜 얼굴로 인사를 전할 걸.
새벽잠이 묻은 얼굴로 지하철을 탔다. 앉을 의자가 더 없어 짐을 끌어안고 서 있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내게 물었다. “멀리 가세요?” 의아했지만 곧장 “네” 라고 답하자 선뜻 일어나며 내게 자리를 양보했다. 내 짐이 유별나게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컨디션 난조였던 내게는 아주 반가운 상황이었다.
젊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이 흔치 않다. 당황하며 “아..감사합니다.” 라고 짧은 인사를 건넸고, 그 분은 뚜벅뚜벅 도어쪽으로 걸어가 항아리만한 가방을 툭 내려놨다. 그리고는 이어폰을 끼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40분 동안 22개 정류장을 지나 내가 내릴 때까지 그 분은 하차하지 않으셨다. 본인도 아주 먼 거리를 가시는 길이었다.
조금 더 기쁜 얼굴로 인사할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