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 취미 매칭을 기다린 시간
핸드빌딩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를 마치고 18일 정도가 지났을 때쯤, 훈밤에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목욕탕님, 이번 주 중으로 최종 재벌가마 넣으려고 합니다. 결과물은 이번 주 주말에 나올 것 같아요. 그런데 작업 중에 수저 받침 하나가 깨져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ㅠ"
사진을 보니, 작디 작은 수저 받침 하나가 금이 간 채로 깨져 있었다. 두께나 크기에 감이 없다 보니, 약한 상태로 가마에 들어가 못 견딘 듯 하다. 이것 역시 나의 경험이지.
"깨진 수저 받침은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까요, 작품 받으러 오실 때 하나 만들고 가셔도 되고, 원하시는 방법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죄송합니다." 라는 감사한 문장까지 덧붙인 선생님 덕에 마음이 더 따뜻해진 나는
"안녕하세요, 깨진 건 괜찮아요~ 다음에 수업 받을 때 만들면 되죠.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무리 잘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라고 전했다. 이 말에는 내가 다음에도 선생님의 수업을 듣겠다는 의미가 담겨있고, 이제 정규 클래스를 들어야겠다 라는 결심 또한 담겨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더 지나고
봄비가 추척추척 내리는 4월, 도자기들을 담을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처음 만든 도자기들이 어떤 색을 입고 어떤 단장을 하고 있을지 기대감을 가득 품고.
그냥 신문지에 싸져 있을 줄 알았던 도자기들이 이렇게나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릇이 다치지 않게 일일이 하나하나 쌓고 리본 매듭을 지었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이거야 말로 감동이다.
손잡이 부분까지 속지로 하나하나 싸고, 그 위에 종이 충전재로 한 번 더 싸고, 마지막에는 예쁜 털실로 매듭지어 내가 만든 그릇을 하나의 작품, 하나의 선물로 만들어주신 것이다. 이러니 선생님을 존경할 수 밖에.
오잉? 종이 하나하나를 뜯어보니, 생각보다 작고 아담하다.
가마에 구워지면서 사이즈가 작아질 것을 감안하고 꽤 큼직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배추전 놓을 용으로 만들었던 접시는 손바닥만한 다과 접시로 변했다. 배추전을 못 놓을 것 같고 곶감 두어개 정도 올리면 마치 예쁠 듯 하다.
머그컵을 생각하고 만들었던 찻잔 세트는 마치 에스프레소 잔을 연상케 할만큼 아담했다. 물론 에스프레소잔보다는 크지만! 그리고 마지막 남는 시간에 후딱 만든 수저 받침대… 이게 수저 하나는 놓을 수 있는 크기인건가 하면서 한참을 들여다 봤다. 뭐 이것도 다 경험 아니겠어, 일단 내 손에서 이런 그릇들이 나온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이미 정규클래스를 듣겠노라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이렇게 결과물을 받아보니 더욱 마음이 기울었다. 물론 미술에 재능이 없는 내가 하루 아침에 감각적인 도자기를 만들거라는 기대는 안하지만 그저 내게 취미 하나가, 경험 하나가, 취향 하나가 더 쌓여가는 과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욕심이 생겼다.
다음 달부터, 정규클래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