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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욕탕 Feb 07. 2024

취미와 취향 그 사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


취미가 뭐예요? 라는 물음에 대답하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취미 생활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지 잘 모른다. 나는 그저 소속된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 이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 여기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취미란 <오롯이 쉴 수 있는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정기적인 행동>을 뜻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오롯이 쉴 수 있는 시간에 한 일이 있다. 친구와 만나 밥을 먹는다거나 혼자 영화를 본다거나, 읽지도 않을 책을 사러 서점에 간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대충 <남는 시간을 때우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비정기적인 행동이라는 것. 취미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하고 향초를 만들고 꽃꽂이를 하기도 하던데 나는 원데이 클래스 몇 번을 제외하고는 정기적인 취미 활동을 삼아 본 적이 없다. 보통은 주중에 온 힘을 쏟고 주말에 엎어져 자는 것이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이었다.


이쯤 되니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에 오롯이 나 혼자 즐길거리 없이 살았다는 것이 조금 창피해지기까지 한다. 어쩌면 취미는 그 사람의 취향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때 소속된 회사를 제외하면 딱히 이렇다 할 것이 없는 거다.  


나도 취미를 갖고 싶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뭔가를 배워보고 싶다거나, 관심 있었던 것들, 머릿속에 낱말 카드처럼 뜨문뜨문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둥근 곡선, 맛있는 음식, 요리, 소니엔젤, 뒤돌아보게 하는 향기, 내가 경험했던  요리 클래스, 향수 만들기, 유리공예, 뜨개질, 캘리그라피 같은 원데이 클래스, 관심있는 테이블 웨어, 전통주 등등


이 중에서 내가 했던 것 말고 해보고 싶은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도자기 만들기가 떠오르지 않는가. 어떤 것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 일지도. 도자기라는 키위드가 머릿속에 스치자마자 복잡한 마음이 시원하게 비워졌다. 생각하느라 가득가득 채운 것 같은데 오히려 비워진 것이다. 취미와 취향 그 사이를 어느정도 알아챈 느낌인 것도 같다.


취미라는 것, 나도 한 번 찾아보자.

취향이라는 것, 나도 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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