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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이 Jun 21. 2018

[몬트리올] 우연한 만남은 운명 #1

몬트리올에서 만난 두 예술가 이야기

1.

몬트리올에는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인 The Montreal Museum of Fine Arts는 매달 마지막 주 주일에 상설전시에 한해 무료 개방을 한다. 미술학도가 되고 싶었던 어렸을 때의 꿈 때문일지 몰라도 가끔 미술관을 방문하곤 했다. 그러나 대개의 미술 작품을 보며 느낀 점은 별로 없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운 것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일까. 교양이랄 게 없는 나는 어쩌면 미술학도가 되었어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2.

개인적으로 미술이든 건축이든 모든 예술의 영역에서 그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살피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 좋다. 일종의 시대상을 담고 있는 것. 그러한 작품들이 참 좋다. The Montreal Museum of Fine Arts의 상설전시관에는 중세부터 현대미술까지. 캐나다와 북극의 주인공이었던 이누이트에서부터 캐나다, 유럽, 심지어 고대 중국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유물과 작품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역사 유물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첫인상은 날카로웠다. 어둡고, 복잡했다. 그림에서 시끄러움이 느껴진다. 작품의 이름은 <Deutschland Café XIII>. 작가는 Jörg Immendorff. 역시나 교양 없는 나에겐 처음 듣는 사람이다. 임멘도르프는 독일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정치적인 상징과 의미를 작품에 담는  사회적 작가다. 특히 Deutschland Café 시리즈는 총 16편에 걸친 그의 대표작으로 동독과 서독의 분열된 갈등을 표현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링크)를 참고해보자.


Jörg Immendorff 作 / 출처 : mbam.qc.ca


한참 동안 작품을 바라보았다. 작품 속 심벌즈와 악기들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두 남자는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까. 얼음조각으로 만들어진 그림 속 작품들은 뭘까. 좌측면의 탱크 포탑은 전쟁을 상징하는 거겠지? 등등의 유추를 해본다. 이 그림을 통해 임멘도르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그의 생각 속으로 파고 들어가 본다.



3.

어쩌다 마치 골방 철학자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나'라는 존재는 결국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식상한 명제-그것을 우리는 다른 말로 진리라고도 한다-는 물론이요, 나아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어쩌면 나와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수많은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일말의 책임이나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나에겐 내가 가지고 있는 비록 분명하지 않으나, 어떤 범주 안에 정형화시켜 놓을 수도 없는, 이를테면 가치관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한 것이 내재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적 신념일 수도 있고 종교적 신념일 수도 있으며,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며, 우리가 직면할 미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실재하는 사건과 추상적인 현상, 예술, 음악 따위의 유, 무형의 모든 것에 대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사회과학 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정치외교, 신문방송, 광고홍보 등 학계가 정해 놓은 그들의 영역에 맞춰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였을까. 나는 마치 내가 무엇이라도 되는 양, 이와 같은 영역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Jörg Immendorff의 작품에서 이념의 무게, 갈등으로 분단된 나라, 그로 인해 발생되는 무수히 많은 사회적 현상과 문제들이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으로 나에게 물 밀듯이 쏟아져 온다. 그의 작품이 참 좋다. 그를 알게 되어 너무 좋다.


- 26th March, in Mont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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