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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May 15. 2022

바람의 소리

오랜만에 날씨가 너무 좋잖아. 덥지도 춥지도 않으면서 하늘이 푸르고 햇살이 말간 그런 날. 5월하면 떠오르는 날, 그런 날의 주말이라 간단히 챙겨서 가까운 공원으로 왔어. 공원이 더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항상 가던 공원으로. 오늘은 날이 특히 더 좋아서 사람들이 더 좋은 곳으로 많이 놀러 갔나봐, 공원에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 한적한 한 곳에 자리를 빌린것 마냥 돗자리를 깔고 누웠어.


항상 인기 많은 곳을 가서 그런가, 이런 비슷한 피크닉을 종종 한것 같은데 이렇게 누워서 파란하늘을 바라보잖니 너무 오랜만인  같은 반가운 느낌까지 들었어. 주변에 아무도 없었거든, 마침 핸드폰도 배터리가 2퍼라 하늘을 바라보는것 말고는  수있는게 없더라구. 핸드폰을 안보면 보게 되는걸, 내가 스스로  수는 없었던 걸까. 배터리가 부족한 핸드폰이 고마웠어 하필이면  놓칠뻔 했지 뭐야. 그래서 다른 것에 시선과 집중을 빼앗기지 않던  눈과 귀가 보고 들은건 파란 하늘과 바람의 소리였어. 누워서 보니까 나무가 가로로 훨씬 길어보이는거 있지? 앉아서 볼땐 우뚝  나무 같았는데 누우니까 파란하늘아래 나를 감싸는 나무 같았어. 바람 소리 좋다 하면서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는데, 사실 그건 바람 소리가 아니잖아.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들이 서로 부닥치며 내는 소리잖아. 바람이 지나간 뒤에도 아직  여운이 남은듯 제멋대로 흔들리는 저마다의 나뭇잎들의 소리잖아. 그러니까 이건 바람소리가 아니라 나무의 소리에  가까운것같아 굳이 따지자면,


우리 사랑이 그런것 같아. 사랑이라는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랑에 힘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마주하다가 등 돌렸다가 다시 부딪히고 맞대는 우리가 있거든. 사랑이 의도한 방향이든 아니든 우리는 그 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여러 소리를 내, 여러 모양을 내고있어.


그래도 난 이 나무의 소리같은 바람 소리가 좋아 촤악 촤르르 어찌보면 파도소리 같기도해. 저기서부터 촤르륵 바람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릴때면, 꼭 바람이 정말 그림속 발과 손이 달린것처럼 팔을 쫙 피고 나무 사이 사이를 달음박질치며 달려오는 그런 느낌이 들거든. 순식간에 내앞에 도착해서 내 주변에 나무들을 한바퀴 휙 돌고는 사라져. 그러다 또 조금있으면 저기서부터 서서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거지. 더할나위없이 좋은 하루다!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이렇게 좋은 날이라니, 가끔 이런 날도 있구나. 거저 얻어지는건 없다는걸 알려주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줄 알았는데 말이야.



결국은 바람과 나무와 햇살이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니.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충분하게 채워줬고, 내가 앞으로 또 얼마나 얻게될지 모를

충분한 날을 하루 선사해준게 겨우 이거 아니 어쩌면 그래 이것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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