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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Aug 22. 2018

세상에서 가장 긴 이별중인 가족

이산가족



68년, 1년 후나 10년 후는 상상해 봤어도 반세기가 훌쩍넘는 68년후는 상상해 본적 없다. 상상이 가능하리라 생각치도 않는다.


그런데 이틀 전, 그 긴 세월을 지나고 나서야 손을 부여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산가족이라 불리는, 지구상 서로 가까운 곳에 머문 채 가장 긴 이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정치적 이유로 가족들이 이별을 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한’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든지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리운게 가족인데, 몇 십년동안 이념과 분단에 가로막혀 볼 수 없는 심정은 차마 헤아릴 수 조차 없다. 이렇게 지난하고 잔인한 분단이 전 세계 역사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있을까 싶다.


이념, 정치, 국가. 더 잘 살기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이 모든게 가장 가까우며,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갈라놓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이산가족만큼은 정기적인 만남을 유지하도록 해야했다. 그것이 국가가, 시대의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평생 가슴 한 쪽이 텅 빈듯한 그리움으로 살아간 사람들에게, 최소한으로 베풀 도리며, 국가의 존재 이유를 실현하는 일이다.


68년. 누군가는 생과 죽음을 거칠 시간이다. 사진을 가리키며 이이는 죽었냐는 소리가 먼저 나올만큼, 죽었다는 소리에 놀라지 않을만큼 그리도 오래된 시간이다.


긴 세월의 흐름과 그 긴 세월동안 하염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사무침이 깊은 주름 속에 오롯이 새겨져있다. 그 속엔 여전히 닮은 모습이 남아있다. 주름진 얼굴과 뜨거운 눈물이 서로 가족임을 증명할 뿐 아니라, 같은 그리움의 세월을 보냈음을 보여준다.


빛바랜 사진 처럼 귀가 안들리거나 눈이 안보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빛바랜 나이의 사람들이 모였다.

긴 세월 탓인지 결국 조카만이 나온 테이블도 여러 곳이었다. 처음보는 모습이지만 결코 낯설지않다. 그저 나의 가족이기만 하면 됐다.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보는 낯선이라도, 그가 내 가족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리움과 반가움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끈끈함이다.


계속해서 되묻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앞을 볼 수 없는 이의 손을 들어 얼굴을 내어준다. 귀 가까이에 큰 소리로 외치며 힘겹게 대화를 이어간다.


짧은 시간 동안 이 빛바랜 노인들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고 끝난다. 결국 그 긴 세월의 이야기는 출발도 못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끝은 언제나 그리움이었으므로, 다시 한 번 손을 붙잡아 보는 것으로 충분히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서로 손 길 한 번에, 인사 한 번에 노인들은 빛바랜 사진 속 젊고 건강한 이들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70넘은 아들은 여전히 엄마의 마지막 기억 속 4살인 것 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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