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공포영화 특집 1.
P: 으아 .. 덥다 더워. 이런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영화 없을까요?
S: 왜 없어? 여름엔 무조건 공포영화야.
어릴 적에 다들 '전설의 고향' 보셨었나요? 저는 애청자였습니다.
'전설의 고향'을 보다 보면 엄마가 이야기해주는 무서운 귀신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었거든요.
우리가 흔히 밥을 엄청 많이 먹을 때 '걸신들린 사람처럼'이라는 말은 하는데요. 옛날에 전설의 고향 특집에서 진짜 걸신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걸신이 들린 주인공은 밥을 무섭게 먹다 못해, 너무 많이 먹어서 속을 버리고 몸이 안 좋아졌습니다. 엄청 무서웠어요.
저는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공포영화를 두 눈 부릅뜨고 보는 용감한 사람은 아닙니다.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영화관 가면 발도 의자 위에 올려놓고 벌벌 떨면서 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왜 공포영화를 보냐고요?
그렇게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공포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한국 공포영화도 엄청 좋아하는 편입니다. 한국 공포 영화들은 '전설의 고향'처럼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도 많고, 특유의 '한' 많은 귀신들의 사연이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요즘 한국에는 공포 영화가 정말 나오기 힘듭니다.
이전에 가위, 폰, 여고괴담 등등 한국 공포 영화의 전성기가 있던 때도 있었는데, 영화 시장에서 공포보다는 '추격자'처럼 스릴러물이 더 득세하면서 공포영화는 점점 자리를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좋은 공포 영화들이 한 편씩은 나오고 있는 편입니다. 자, 그럼 공포영화 특집 1탄으로 한국 공포 영화 몇 개를 추천해드리겠습니다.
1. 여고괴담 1,2,3 (1998~2003)
모두가 기억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죠. 복도에서 무섭게 따라오는 여고생 귀신.
도망치고 싶지만 도저히 발을 못 떼게 하는 그 공포감.
여고괴담은 각 시리즈마다 특징들이 굉장히 다양한데요. 딱 3편까지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각각의 특징을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고괴담 1 : 스토리와 공포를 모두 잡은 영화.
여고괴담 2 : 공포보다는 스토리가 압도적. 굉장히 새로운 형식의 공포영화.
여고괴담 3 : 세 개의 시리즈 중 가장 상업적인 공포영화. 스토리는 진부할 수 있지만 무섭기로는 최고.
여고괴담의 스토리는 각 시리즈마다 굉장히 다르지만, 여고라는 특수 공간에서 친구 간의 우정과 배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생겨나는 불신, 그로 인한 슬픔의 감정이라는 공통적인 맥락이 있습니다.
여고괴담의 귀신들은 모두 '친구'를 그리워하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분노로 몸서리치지만, 그 안에는 왜 내가 사랑한 만큼 너는 나를 사랑해주지 않냐는 처절한 애정표현도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서우면서도 애잔한 구석이 있죠.
한 때 여배우들의 등용문이었던 <여고괴담>을, 저는 한국 공포영화를 보려면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즈를 따라가다 보면, 각 시대 공포영화의 특징을 알 수도 있고, 또... 한국 공포영화의 쇠락을 알 수도 있거든요.
2. 장화 홍련 (김지운, 2003년)
영화 <장화, 홍련>은 아름다운 미장센이 넘쳐나는 공포영화입니다.
컨저링이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카피로 유명했었는데, 저는 그 타이틀이 이 영화에 더 잘 맞다고 생각합니다. 귀신이 나오는 장면이 많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영화가 자아내는 분위기가 정말 무서워요.
푸른색과 붉은색, 여배우들의 하얀 피부, 숨을 멈추게 하는 노래와 시선에 따른 장면의 긴장감. <장화, 홍련>에서 공포감을 자아내는 요소들입니다.
미장센 : 미장센은 제한된 장면 안에서 대사가 아닌, 화면 구도, 인물이나 사물 배치 등으로 표현하는 연출자의 메시지, 미학 등을 말하며, 다양하게 촬영한 장면들의 편집으로 표현한 영상미를 나타내는 몽타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미장센 (두산백과)
수연(문근영 역). 수미(임수정 역) 자매가 서울에서 오랜 요양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새엄마 은주(염정아 역)는 눈에 띄게 아이들을 반기지만, 자매는 그녀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특히 영화 전체적으로 수미와 은주 사이에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암시하듯, 수미는 누구보다 예민하게 은주를 싫어합니다. 은주의 친절함도 시퍼런 미움의 칼날로 변하고, 그러한 변화는 집안을 공포스럽게 만들어갑니다.
영화 <장화, 홍련>은 두 번째 보았을 때 더 좋은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무섭기만 합니다. 이미 이전에 한번 이 영화를 보셨던 분이라면, 꼭 다시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3. 불신지옥 (이용주, 2009)
정말 오랜만에 만났던 좋은 공포 영화.
예고편 한번 본적 없이 공포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영화관에 가서 골랐던 영화인데, 스토리 하나 공포 하나 놓치지 않았던 꽤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동생이 사라진 뒤, 이상한 아파트. 언니 희진(남상미 역)은 동생의 실종에 대해서 알면 알아갈수록 모든 것들이 이상합니다. 희진은 직감적으로 동생이 이 아파트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동생의 흔적을 찾으면 찾을 수록 아파트 사람들은 더욱더 수상해 보입니다.
영화 <불신지옥>은 개인주의가 팽배하는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믿음이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과한 믿음이 만들어낸 그 비극이 얼마나 슬픈지 보여주는 영화였죠. 이상하게도 마지막으로 소개하게 될 영화와 비슷한 맥락을 함께하고 있는 영화네요.
한국 공포영화 들은 유독 '굿'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굿'하는 장면을 정말 무서워하던 남자 친구와 사귀었던 적이 있는데요. 마치 '광대 공포증(coulrophobia)'처럼 굿하는 장면만 나오면 눈을 질끈 감는 아이였습니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건데?'라고 물어보니까, 경건함의 반대는 공포 같다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붉은색이 가득한 장면과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 나오는 굿 장면들만 보면 내가 모르는 저 초자연적인 세계에 경건함이 들기보다는 '공포감'부터 든다고. 내가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세계의 존재란 공포라며...
그런 무서움을 담아내고 있는게 영화 <불신지옥>입니다. 그렇다고 굿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건 아니구요. 영화의 핵심적인 사건이 됩니다. 굉장히 무서운 장면들이 많고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장면이 많아서, 영화관에서도 눈 질끈 감고 봤던 영화에요.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세요.
4. 곡성 (나홍진, 2016)
마지막 영화는 포스터 빼고는 다 마음에 들었던 영화 <곡성>입니다.
어느 날 마을에 이상한 사건들이 연달아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산속에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이 산다,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 역)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았다 등 사건이 벌어짐과 동시에 무성한 소문들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딸에게서도 이상한 모습을 본 종구(곽도원 역)는 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미궁으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혼자 영화관에 가서 봤던 영화입니다. 워낙 기대되던 감독의 영화이기도 하고, 입소문이 근질근질 시작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누구는 '코미디'라고 하고, 누구는 정말 무서웠던 '공포영화'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들을 보고 나서 반응은 모두 똑같았던 같아요.
"그래서 도대체 어쩌라고? 이게 뭐야?"
공포영화가 만들어내는 공포감은 어디서 오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믿음'의 반대편이 공포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이 계속되리라는 믿음. 모든 일들은 설명될 수 있다는 믿음. 이 원칙들이 모두 무너지는 곳이 '공포'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공포의 원천적인 모습을 제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할 수 없기에 설명하려 애를 쓰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공포와 상처는 종구(곽도원 역)를 옥죄어 옵니다.
저도 솔직히는 곡성을 보고 처음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영화가 인간의 한계, 인간의 믿음과 불신의 근본적인 모습에 대해서 포착을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 <곡성>을 보고 나면 우리는 너무 무섭고, 기분이 나쁘고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만 했을 뿐입니다.
이 영화가 더욱더 반가웠던 건, 죽어가던 한국 공포영화 시장에 다시 불씨가 되어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시고 싶은 분들은,
모두들 이불 뒤집어쓰고 공포 영화 하나 정도 다운로드하여 보시는 건 어떠세요?
여기서 공포영화를 무섭지 않게 보는 Tip!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되어보세요. "와씨...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지? 창의력 대박!"
막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면 좀 덜 무섭기는 한데요....
그래도 잠자기 전에 무서운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