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이번 겨울에는 슬픈 소식이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김장 파업 소식이었죠.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였어요.
김치냉장고가 있어도 속수무책으로 김치들이 시어버렸습니다. 신 김치의 원인 중 한 명이었기에, 김장김치를 고집하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밥을 잘 먹지는 못해도, 그래도 집밥의 묘미는 외할머니가 겨울이면 담가주시는 김치였는데, 정겨운 반찬 하나가 이렇게 또 떠나갑니다.
겨울은 유독해야 할게 많은 계절입니다.
김장도 담가야 하고요. 추위를 대비해서 창문의 빈틈들을 메워줍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준비도 필수고요. 월동복도 준비해야죠.
겨울에 먹어야 맛있는 음식들도 가득합니다.
김장 김치하고는 수육이 제격이고요.
군고구마, 군밤은 필수.
우동, 잔치국수 등 따뜻한 국물이 일품인 국수는 호호 부는 입김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먹어야 합니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도 필수입니다. 순대국밥, 돼지국밥, 콩나물국밥 등등 한 숟가락 떠먹는 것만으로도 추위를 잊어버리게 하는 정겨운 음식들이 겨울에는 정말 많아요.
어릴 적에 교과서에서 '한국은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입니다.'라는 문장을 누구나 한 번씩은 보았을 겁니다.
한 해, 두 해 지나가고 세월이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저 문장을 읽는 톤이 달라집니다.
계절 그 각각마다 가지고 있는 매력과 추억으로 인해서 우리는 '사계절이 분명하다'는게 얼마나 뜻깊은지 알게 되죠. 겨울이 되면 저는 특히나 그 문장의 아름다움을 알게 됩니다.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든 가을이 떠나가는 게 슬프고, 김장을 담그고 군고구마와 자선냄비 종소리가 들리는 겨울은 또 두근거리며, 어느새 따뜻해지는 봄은 기다릴만합니다. 사계절의 매력이 그렇게 겨울에서 출발합니다.
그런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영화가 <리틀 포레스트>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군고구마가 너무 먹고 싶어요. 은박지에 꽁꽁 싸매서 불속에 집어넣은 군고구마는 어떤 음식의 후식으로든 안성맞춤입니다. 그리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는 가장 그리운 맛이죠.
사계절에 먹어야 할 음식들을 만드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제철음식'의 소중함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우리가 배고프지 않은 겨울을 나려면 남은 세 개의 계절 동안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지도 알 수 있죠.
겨울이면 식욕이 더 커지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저는 이런 계절이면 먹방과 쿡방이 넘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쌀쌀한 날씨에 배라도 따뜻했으면 하는데, 그 욕구를 채워주는 게 요리 영화입니다.
숯불 위에 구워지는 떡이라든지, 고기를 잔뜩 넣고 끓인 카레라든지, 진득진득한 마가 들어간 마밥이라든지, 스크린 속에 펼쳐 나는 음식들에게서 향을 맡고 계절을 느낍니다.
소개하고 싶은 요리 영화가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군고구마 먹으면 보기 좋은 영화이기에 <리틀 포레스트>를 이번에 추천합니다.
지금 이맘때 보기 좋아요.
겨울에 심심하면 볼 만하고요. 봄을 기다리면서도 볼 만하고요.
한 살 나이를 더 먹어서 우울하지만, 떡국을 진짜 너무너무 맛있게 끓여 먹으면 나이 먹는 것도 대수롭게 느껴지게 만드는 영화라서, 새해에는 정말 안성맞춤인 영화입니다.
사계절을 마무리하는 이 계절, 겨울에 방점 하나 찍고 갈 영화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