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드라마의 기본
심리극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 머물면서 서로 간의 상호작용을 하는 상담활동인 집단상담과 그 과정이 매우 유사합니다. 집단상담의 발달단계에서 초기단계는 집단원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집단상담자, 즉 심리극 디렉터가 가장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집단원들의 낮은 신뢰감, 높은 불안감을 가질 수 있고, 집단원들은 자신에게 주의가 오는 것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인 행동들을 볼 수 있습니다. 집단 리더가 가장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단계인 만큼 심리극 디렉터도 웜업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심리극 소개 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극 소개, 진행과정, 구성요소, 비밀 유지 안내를 심리극 디렉터가 집단원에게 소개하면 집단원들은 “아. 오늘 이렇게 진행되는구나.”라고 머릿속에 심리극의 진행과정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심리극 디렉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심리극 소개, 진행과정, 구성요소, 비밀유지와 같이 기본적인 정보를 집단원에게 소개를 할 때 꼭 언어적인 방식으로 소개를 해야 할까요? 어느 심리극 디렉터는 심리극과 관련된 정보를 집단원에게 소개할 때 언어적인 방식이 아닌 행위적인 방식으로도 소개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죠?
“여러 분 심리극에서는 만나고 싶은 사람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어느 주인공이 말합니다. 저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요. 이때 심리극 주인공은 여기에 계시는 집단원 중에 한 명에게 보조자아로서 엄마 역할이 될 수 있도록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집단원 중에 한 분에게 말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저의 엄마 역할을 해주세요.” 집단원들은 이 과정에서 심리극 디렉터의 모습을 보면서 “아. 심리극에서 주인공이 집단원 중 한 명에게 보조자아 역할을 요청할 수 있겠구나. 나도 심리극에 참여하면서 경험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심리극 디렉터는 이와 같은 행위 중심의 심리극 소개 과정에서 이미 자연스럽게 심리극을 연출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때 심리극 디렉터는 심리극이 언어 중심이 아닌 행위가 중심이라는 것을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극 디렉터는 자리에 앉아서 있기보다는 서 있는 상태에서, 서서히 움직이며 집단원의 지금 이 순간에서 일어나는 집단의 감정과 행위를 포착해가며 스스로의 가지고 있는 자발성의 에너지를 증진시킵니다. 심리극에서 말하는 자발성은 기존의 상황에 새롭게 반응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반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심리극 디렉터가 “오늘 심리극에서 모르시는 분과 이야기 나누어보세요.”라고 말하기보다 “자. 저처럼 오른쪽 왼쪽에 있는 분과 눈인사 한번 해볼까요? 안녕하세요!”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제 오른손을 들고 오른쪽, 왼쪽에 있는 분과 손바닥을 부딪치며 반갑다고 말해볼까요? 이때 심리극 디렉터가 먼저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발적이고 즉흥적으로 집단원과 교감할 수 있습니다. 심리극을 만든 사람이 제이콥 레비 모레노라고 하는데요. 모레노는 준비단계, 즉 웜업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자발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 4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다. 두 번째, 직관, 상상, 느낌, 마음에서 일어나는 여러 과정에 대한 감수성, 세 번째는 약간의 유희성이며, 항상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네 번째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경험 속에서 탐색하는 동기를 말했습니다.
심리극 디렉터로 심리극을 하기에 앞서 일상에서 웜업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질문을 다르게 표현하면 심리극 디렉터로서 살기 위해 일상에서 자신을 자발성 있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기에서 말하는 자발성은 다시 말하자면 “기존의 상황에 새롭게 반응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반응하는 힘을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자발성의 힘이 존재합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죠. 그러한 상황을 일상에서 조금씩 연습해보면 좋겠네요. 모레노가 말했던 자발성을 일으키는 4가지 조건을 그대로 적용해봅시다. 하나. 자신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의 경우에는 몸이 피곤하면 잠을 자게 해 주고, 배고프면 밥을 먹는 일입니다.
신뢰는 다르게 표현하면 편안함입니다. 엄마는 아기가 울면 아가의 욕구를 적절히 채워주었던 기억처럼 아주 사소한 내 안의 욕구이지만 지나치지 않고 나를 바라봐주는 일은 신체적인 자발성의 밑바탕이 됩니다. 둘. 직관, 상상, 느낌,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수성을 떠올려봅니다. 일상에서 직관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상을 잘 관찰해봅니다. 관찰의 시작은 가까이 보면 자신의 호흡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러 분들이 지금 이 순간 호흡이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로 나오는지 들숨과 날숨을 통해서 관찰해봅니다. 호흡의 속도는 빠른지, 느린지, 그대로 머무르며 살펴봅니다. 호흡과 함께 자신의 시선은 일상에서 어디에 반복적으로 머물고 있는지 알아차려 봅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나요?” 내가 보고 있는 그 대상은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요? 내가 보고 있는 그 대상과 호흡, 신체의 감각은 다시 어떤 감정과 기억으로 연결되는지 관찰해봅니다. 셋. 유희를 삶으로 경험하기. 유희는 즐겁게 노는 행위를 말하죠. 하루 일상에서 성공과 실패, 결과와 상관없이 즐겁게 몰입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마지막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경험 속에서 탐색하기 위해 일상에서 매번 같은 길만 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길,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음식, 처음 보는 책,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심리극 디렉터로서 일상에서 웜업을 하는 방법, 일상에서 자발성을 높이는 방법은 자발성을 일으키는 4가지와 함께 실제로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심리극 디렉터의 웜업, 일상에서 자발성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