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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음식점은 진짜 맛이 없는 건가요?

도대체 왜요...?

xx 맛없어!!!!!!



 오늘도 친구와 새로운 비건 음식점을 시도했고 역시나 실패했다.  수많은 비건들의 간증글은  가짜리뷰였던건가? 정말 맛있다고, 함께  논비건 친구도 만족했다고 적힌 리뷰를 수백개쯤 읽은거 같은데... 가서 먹어보면 여지없이 맛이 없었다. "비건치고 생각보단 괜찮은데?" 애매하게 웃는 친구 앞에서 오늘도  뻘쭘해졌다.


아닌데, 비건 음식 정말 맛있는데분명 집에서 내가 만든 비건요리는 맛이 있었는데. 어향가지볶음에 간고기가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고, 미역국에 채수와 들기름 , 마늘만 들어가도 충분히 깊은 맛이 났는데... ! 비건 식당에서만 먹으면 이렇게 맛이 없는건지.


비건음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은데, 오히려 편견이 더 견고해지는 기분. 이제는 비건인 나마저 편견이 생겨버릴 것 같은 이 느낌.



그러다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곳이 남부터미널의 ‘천년식향이었다. '이번에도 맛이 없으면, 앞으로 남은  비건 생애에 비건 레스토랑에서 외식은 없다.' 그렇게 다짐하면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식당은 맛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 곳에서의 다이닝 경험은 참 즐거웠다. 동물성 음식의 맛을 흉내내려하지 않고, 그냥 그 재료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요리를 했다는 게 포인트. 그런데 그 재료를 우리가 항상 요리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아서, 항상 쓰던 재료들과 함께 쓰지 않아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맛이 나는게 즐거웠다. 양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정말 한 점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워먹고 나왔다. 속은 든든했고, 아무도 죽지 않는 식사를 해서 맘도 편했다.




천년식향을 나서면서  다른 채식 레스토랑들이 맛이 없을까? 생각해봤다.


첫번째는 많은 레스토랑들이 고기가 있는 음식에서 고기만 다른 메뉴로 바꿔 기존 메뉴의 맛을 재현하려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기존의 맛을 기대하게 해놓고, 그 맛이 나지 않는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콩고기나 대체육, 비건치즈가 고기와 똑같은 맛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하나도 똑같지 않다. 특히 콩고기는 그 특유의 푹신푹신한 질감 때문에 나에게 너무 역하게 다가온다. 비건치즈는 진짜 치즈만큼 풍미가 다양하지 않고, 식감도 좀 더 고무같거나 액체같다.


 하나의 딜레마는 그게 설사 진짜 고기 같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역하단 거다. 고기가 어떤 동물의 사체, 살덩이라는  인지하고 나서부터 먹기 싫어진건데 그것과 똑같은 형태에 비슷한 맛을 모방하는 제품을 먹는  어딘가 이상하다. 육식이 주인 세상에서 채소들은 항상 고기의 풍미를 이끌어주는 감초역할만 했다. 거기서 고기를 대체육으로 바꾸면, 결론은 조금 질떨어지는 대체식품 정도가   밖에 없는  같다.


비건이 되고 느끼는 큰 기쁨 중 하나는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이다. 친숙한 재료로 새로운 맛을 내보고,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나가는 것. 채소가 주가 되는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 고기나 유제품이 감초로 들어갔던 요리들은, 다른 채소로 그 감초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 그렇게 해서 기존과 같은 음식이 아니라 새로운 맛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게 주가 되면 요리는 재미있어진다. 그런 요리를 맛보는 것도 즐거워진다.




두번째는 비건요리사가 차린 식당보다 그냥 ‘비건’이 차린 식당이 많다는 점도 문제인 것 같다.


원래 요리에 관심이 있고 미각이 살아있던 사람이 비건이 되면서 다양한 식재료를 탐구하게 되는 것과 그냥 아무거나 먹고 살던 사람이 비건이 되면서 요리를 하게 되는 건 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많은 비건 식당들은 ‘식당’이라는 것 보다 ‘비건’에 방점이 찍힌 경우가 아직 많은 것 같다.



내가 즐겨찾는 몇몇 식당들을 보면, 비건식당이 아니라 비건 옵션이 있는 일반 식당인 경우가 많은 것도  이유 아닐까.

이러나저러나  다양한 맛을 가진 다양한 비건 식당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서어서 내 지갑을 털어갔으면.


+)  아 물론 천년식향 말고도 정말! 맛있는 비건 식당들도 몇군데 있답니다. 자주 가는 식당들은 모아서 다음에 올려볼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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