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건강한 삶을 위한 체크리스트
이렇게 건강하게 사는데 당뇨 직전이라고?
건강검진 결과에는 항상 자신이 있었다. 나는 꾸준히 건강을 챙기면서 산다. 주변에서 승려같이 산다고 할 정도로. 일주일에 대략 러닝 3회, 기능성 트레이닝 2회, 웨이트 트레이닝 2회를 한다. 하루 7-8시간 수면을 지키려 하고 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위가 약해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거의 안 먹고, 고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과식도 하지 않는다. 단 음료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탄산이나 액상과당, 심지어 주스도 잘 마시지 않는다. 남들이 봤을 땐 꽤나 건강하게 먹는 편이다. 당연히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작년 건강검진 결과는 다행히 모두 정상 범위였지만, 안심할 만한 수치가 아니었다. 사실 건강검진에서 정상을 주는 기준은 꽤 후하다. 정상과 건강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1970년대 말 미국 남성의 평균 체중은 78.5킬로그램이었다. 지금은 91키로그램이다. 1970년대엔 91키로그램이 과체중이었겠지만, 지금은 평균이다. 모두가 병든 사회에서 정상 판정을 받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에서 당뇨 위험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공복혈당을 측정한다. 100미만은 정상이고, 100-125 사이는 당뇨 전단계로 판단한다. 내 공복혈당은 98이었다.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지표상으로 정상이지만 사실 100과 다를바 없는 수치다. 게다가 심혈관 질환과 관련있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이긴 했지만 꽤 높은 편이었다.
나에게는 이 수치가 ‘아직’은 정상이란 의미로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수치가 계속 올라서 당뇨나 심혈관질환 위험판정을 받는 건 시간 문제였다.
사실, 아주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 같은 나에게 유일하게 나쁜 습관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초콜릿과 감자칩에 환장한다는 거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반대로 너무 심심하면 늘 초콜릿을 찾았다. 취준으로 한창 불안했던 20대 중반에는 침대 머리맡에 누텔라 한 통을 두고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걸 퍼먹었다. 내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먹을 수 있게 집에 초콜릿을 쟁여두고 꺼내먹었다. 앉은 자리에서 초콜릿 3개쯤 해치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 30대가 되고 내 위도 약해지면서, 20대처럼 공격적으로 먹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앉은 자리에서 페레로로쉐 5개쯤은 5분도 안되서 다 먹어치웠다. 그리고 퇴근길에 항상 포카칩을 사와서 먹었다. 우리집엔 항상 포카칩이 있었다. 일주일에 4-5봉지 정도는 먹었던 것 같다.
그래도 LDL 수치나 공복혈당이 걱정할 수준이었던 적은 없었다. 아마 야금야금 오르고 있었는데, 그땐 기준치에서 꽤나 멀어서 눈치채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정상과 비정상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평생 괜찮은 사람은 없다. 지금 괜찮을 뿐
“왜 나한테만 이래?” 내가 자주 했던 말이다. 술도 매일 퍼마시고, 운동도 안 하고, 담배를 뻑뻑 펴내는데도 멀쩡한 사람들이 있는데 왜 난 라면만 먹어도 속이 쓰리고, 술 한 잔만 마셔도 변기를 부여잡고 고해성사를 해야 하며 오직 단 하나의 일탈인 초콜릿마저 끊어야 한단 말인가.
특히 같이 사는 남편이 마라탕을 제일 매운 단계로 먹어도 멀쩡하고 술도 잘 마시는데 문제가 없으니 억울함은 배가 됐다.
하지만 어쩌겠나. 유전자라는 게 원래 불공평하다. 건강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배로 노력하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공평한 점이 있다면, 나쁜 걸 다하고 죽을 때까지 건강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요즘 정희원 교수님 덕분에 저속노화가 트렌드다. 노화라고 하면 사람들이 나이가 드는 것, 그러면서 주름이 생기고 외형이 늙는 것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질병이야말로 명징한 노화의 증거다.
우리 몸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가 노쇠할 수록 우리 몸은 병든다. 그리고 이건 나이처럼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 않는다. 운동, 식습관,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여러 요인들이 세포의 노화를 늦추기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유전자가 도움을 주는 것은 속도다.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남들보다 노화의 속도가 늦을 뿐, 생활습관이 좋지 않다면 그들도 언젠가는 똑같이 병들 것이다. 그러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기!
지금 해야할 건 왜 내가 건강하지 않은지 그 요인을 찾는 것이다.
앞에서의 내 사례처럼 대체로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단 한 가지의 나쁜 습관만으로 건강이 망가질 수 있다.
혹시 건강하게 살고 있는데 나는 왜 몸이 안좋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체크리스트를 준비했다. 아래의 리스트가 건강을 나쁘게 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하지만 가장 흔한 이유이니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데는 피터 아티아의 책 <질병해방>을 참고했다. 800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건강에 대한 좋은 내용이 한 가득이다. 건강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기본적으로 편의점 음식, 면 요리, 빵을 주기적으로 먹는 사람이라면 여기에 해당된다. 빵, 면과 같은 정제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을 급속도로 높힌다. 혈당이 빠르게 오르면 우리 몸에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기능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당뇨병을 비롯한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과당은 더 나쁘다. 과당은 포도당과 유사하지만, 우리 몸에서 대사되는 과정이 다르다. 몸의 주요 에너지원은 포도당이다. 그래서 섭취된 포도당은 혈액을 통해 에너지가 필요한 세포들로 배달된 뒤 남은 에너지는 글리코겐으로 저장된다. 이와 달리 과당은 간에서 대사가 되고 대부분 지방으로 전환된다.
초가공식품은? 보통 과당과 정제탄수화물을 모두 포함한다. 게다가 몸에 좋지 않은 다양한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 몸에 염증성 물질인 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한다. 이는 비만, 당뇨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통 육류제품을 많이 먹는 게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최근 연구 결과들은 육류섭취가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그보다 문제가 되는 건 가공식품처럼 당과 질나쁜 지방을 함께 섭취하는 경우다.
근력은 중년과 노년의 건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만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낮춰주고, 지방을 효과적으로 대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뇌건강에도 좋다. 무엇보다 부상의 위험을 낮춰준다. 65세 이상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는 것이 낙상으로 인한 사망이다. 특히 80세 이상인 경우,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이 오랜 침상휴식으로 연결되면서 심각한 근감소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근력운동은 골밀도를 높혀주기도 한다. 우리 몸은 가해진 부하에 적응한다. 근력운동 없이 유산소나 가벼운 걷기만 한다면 몸은 부하에 적응할 수 없다.
근손실이 두려워 유산소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운동 전 가벼운 유산소는 사실 근성장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중요한 건 근육의 질이지 양이 아니다. 가볍게 달리기를 할 때, 단거리 달리기를 위해 전속력으로 달릴 때, 그리고 파워리프팅을 할 때 사용되는 근육의 종류는 다르다. 우리의 근육세포는 크게 지근(지구력 운동할 때 사용되는 근육)과 속근(큰 힘을 빠르게 낼 때 사용)으로 나눠지는데, 이 지근과 속근의 비율은 우리가 평소 어떤 운동을 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유산소는 지근의 발달을 높혀준다. 또한 이런 지근섬유들에는 산소를 소비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속근보다 풍부하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 공장으로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고,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지근이 많아진다는 건, 새롭고 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많아지고,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산소의 양(최대한소섭취량)도 늘어난다는 뜻.
2018년 <미국의사협회지>에는 12만 명 이상을 추적 조사해보니 최대 산소 섭취량이 높을수록(최대 산소 섭취량은 유산소 능력이 좋을 수록 올라간다) 모든 질병의 사망률이 더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에서는 최대 산소 섭취량이 자기 연령과 성별의 평균보다 낮은 사람(백분위수 25-50)이 상위 사분위 범위에 속한 사람(백분위수 75-97.6)보다 모든 원인 사망률이 2배 더 높다고 나왔다.(Mandsager et al.(2018)) 비흡연자 대비 흡연자의 사망위험비(HR)가 1.4 (40% 더 높다는 뜻)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수치다.
요즘 다이어트 방법으로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고 있다. 간헐적 단식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우리 몸의 오토파지라는 시스템 때문이다.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일정시간 들어오지 않거나 강도 높은 운동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자가소화작용(오토파지)이라는 세포 내 재활용 과정을 활성화한다. 아직 쓸만한 성분들은 남겼다가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할 때 재활용하고, 낡아서 쓸 수 없는 쓰레기들은 청소하는 과정이다.
반대로 말하면, 늦게까지 야식을 먹고 아침도 먹는 사람에겐 오토파지 시스템이 작동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집에 재활용품과 쓰레기가 끝도 없이 쌓여가는 상황과 똑같다. 건강할 수 없다.
근육은 운동만 한다고 생성되지 않는다. 근력 운동은 근육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다. 스트레스를 받아 상처가 난 근육이 충분한 영양과 휴식을 통해 회복이 되어야지만 근육은 자란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단백질은 근육 합성의 필수요소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이라 불리는 단백질들은 체내에서 합성이 불가능해 오직 음식으로만 섭취할 수 있다. 미국의 (그리고 한국의) 단백질 표준 하루 섭취 권고량은 체중 1키로그램당 0.8그램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살아있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의 양이다. 근력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근육 합성을 위해 체중일키로그램당 1.6그램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간혹 과다한 단백질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전한 단백질 섭취의 상한선은 3.7그램/킬로그램이다. 단백질 파우더를 다량 섭취하는 사람이라면 주의해야겠지만, 자연식품으로 이 정도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 역시 세 끼를 꼬박 먹어도 1.6g/kg의 섭취량을 채우기가 늘 쉽지 않다)
단백질만큼 많은 양의 섭취는 아니어도 우리에게 필수적인 많은 미세영양소들이 있다. 이런 영양소의 부족은 보통 다양한 채소를 먹지 않는 데서 나온다. 채소에 들어있는 섬유질과 다양한 영양소는 건강한 장내세균을 만들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포도당의 흡수 속도를 조절해서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이 들게 해 과식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식단도 건강하게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살이 빠지지 않거나 혈당수치가 높다면 수면 부족을 의심해봐야한다. 다양한 연구결과가 권장하는 적정 수면시간은 8시간이다. 야근이 잦은 현대사회에서 맞추기 쉽지 않은 기준이다. 하지만 그만큼 수면은 중요하다.
잠은 대사증후군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많은 연구에서 단기적인 수면 부족만으로도 심각한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카고 대학 연구에서 젊은이들의 수면시간을 4.5시간으로 제한하자 4일만에 인슐린 수치가 비만인 중년 당뇨인 수준으로 치솟고 포도당 처리 능력이 50퍼센트나 줄어들었다.(Broussard, Ehrmann, et al. (2012)) 수면부족과 인슐린 저항성의 연관성은 많은 수면 연구에서 일관되게 드러난다. 수면부족이 인슐린 저항성을 최대 3분의 1까지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9건이나 나와 있다.
자유 여행이 가능한 80대가 되는 것이 목표
작년에 스페인 몬세라트에서 만났던 노부부가 생각난다.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나 자녀들의 도움 없이 미국에서 여기까지 스스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여행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도 80세에도 남편 손을 잡고 자식 도움 없이 둘이서 훌쩍 떠나고 싶다. 운동을 빼먹고 싶거나, 토할 때까지 과자를 쑤셔 넣고 싶은 날 두 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참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