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질주보단 매일매일 깔짝깔짝
꾸준히 하는 마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운동 하는 건 정말 좋다. 아침 달리기는 정말 좋다.디저트는 몸에 정말 안좋다’
회원들에게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매일 이야기 하지만 사실 운동을 가르치는 나조차도 운동을 하기 정말 싫을 때가 많다.
날씨도 좋고 햇볕은 쨍쩅하고 눈이 저절로 떠지는 날에는 3시간이고 운동을 할 수 있을 거 같지만, 비가 오고 하루종일 우중충한 날이나 한없이 추운 날은 몸이 움츠러들어서 침대에서 나가고 싶지가 않다.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건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다. 특히 굳이 할필요가 없는 일을 내가 만들어서 할 때 그렇다.
회사는 짤리지 않으려면 나가야 하고, 수업은 돈을 벌려면 해야한다. 하지만, 내 개인운동은? 굳이 안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머리가 빈 사람들이나 트레이너나 필라테스 강사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지만, 그런 인식이 억울할 정도로 많은 공부가 필요한 직업이다.
하지만 공부를 안해도 할 수는 있는 직업이다. 양아치 트레이너, 양아치 필라테스 강사라고 욕은 먹겠지만 월급이야 따박따박 들어올테니까. 그럼 결국 언젠가 시장에서 도태되겠지만 그건 1년 뒤 이야기도 2년 뒤 이야기도 아니고 먼 훗날의 일이다. 당장 내 몸이 지치고 피곤할 때, 미래의 성공은 큰 동력이 되어주지 못한다.
꾸준한 마음은 좋은 컨디션에서 나오는 거 아닐까?
꾸준히 운동하고 공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성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체력이 좋고, 기분이 좋다면 매일매일 넘치는 의욕으로 공부도 하고 식단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작년 한 해는 내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숙면을 위해 11시 반에는 잠에 들었고, 저녁 8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매일 내 마음이 어떤지 정확히 인지하기 위해 일기를 썼고, 아침에는 잠깐씩이라도 러닝을 했다.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출근하는 길에는 밝은 음악을 들었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팟캐스트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체력이 좋아지고, 컨디션이 좋아져도 그 놈의 의욕이라는 것은 어느 날은 넘쳐흐르다가도 어느날은 방전이라도 된 듯 갖은 애를 써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의욕이 있는 날은 하고자했던 걸 하고, 의욕이 없는 날은 수업만 하고 퍼져있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작년 겨울에는 의욕이 없는 날들이 한 달 넘게 이어졌다. 내가 뭘 해야할지, 왜 해야할지도 알겠고, 막상 하면 즐겁게 할 것도 알겠는데 도무지 시작을 할 힘이 나지 않았다. 뭔가 하려고만 하면 힘이 쭉 빠져버려서 꼼짝 할수가 없었다.
뭔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
그런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친한 친구를 만나 커피 한 잔을 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봐온 이 친구는 내가 아는한 가장 기복이 없는 친구였다. 싫으면 싫어서 발버둥을 치고, 좋으면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나와 달리 친구는 아주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아주 나쁜 일이 있을 때도 늘 차분했다. 그저 매일 해야할 일을 하나씩 해내갔다. 그런 친구에게 물었다.
‘너는 기분이 엄청 안 좋은 날 일하러 갈 때 어떻게 좋은 컨디션을 끌어올려?’
친구는 덤덤히 대답했다. ‘그냥 기분 나쁜채로 일하러 가는데? 뭐 다른 방법이 있나’
그 말에 한 대 얻어맞은 듯 머리가 딩- 울렸다.
그래 나는 항상 최상의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내려고 애썼다. 그리고 좋은 컨디션으로 백프로 몰입했을 때 경험하는 생산성에 중독되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그런 몰입을 경험하기 힘들다보니,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고 그래서 컨디션이 좋지 않는 날은 뭔가를 해 낼 동력을 잃었다. 내가 해야할 일들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했던 노력이 나를 100프로 컨디션이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애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진짜 꾸준함은 100%를 해내는 게 아닌, 60%라도 매일하는 것
나는 개인레슨만을 진행하기 때문에, 모든 회원별로 맞춤 운동 숙제를 내준다. 물론 하루 30분 이상의 운동을 주3번씩 꼬박꼬박 하는 모범생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거의 드물다. 보통은 2주에 한 번 정도 큰 마음을 먹고 1시간 이상 알려준 모든 운동을 다 하거나 아니면 알려준 운동 중 제일 쉬운 거 한가지를 하루 5분씩이라도 매일 하는 사람. 보통 5분씩이라도 매일 하는 사람이 1시간씩 몰아서 하는 사람보다 훨씬 개선이 빠르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난 늘 말한다. ‘하루에 5분씩이라도 좋으니까 매일매일 하세요.’
회원들에게는 그렇게 말했으면서 나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밀었다. 나는 항상 수업할 때 회원들을 위해 기분이 좋아야 하고, 100% 몰입해서 운동을 해야하며, 나와 약속한 만큼 공부를 해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겨울 내내 시작도 하기 전에 소진되어 버렸던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서 10분 밖에 뛰지 못하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했으니까. 이제는 전력질주보단 깔짝깔짝을 택할테다.경계해야 할 건 게으름이 아닌 오버페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