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새롬 Jul 06. 2017

제4차 산업혁명: 도로 위에서 안전하다는 의미는

자율주행차의 최적 충돌 알고리즘과 윤리적 딜레마

   나에게는 2종 보통 운전면허가 있다. 22살 겨울에 성취한 쾌거다. 브레이크 패달을 정도 밟아야 할지 고민하는 나의 어정쩡한 태도로 인해 차도 덩달아 움찔거리긴 했지만 나는 꽤나 만족했다.



  문제는 사다. 대형 사고나 인명 피해를 낸 적은 없다. 하지만 나는 안전, 그러니까 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모든 행동을 풀가동하고 있다. 안전벨트를 매고, 좌우를 살피고, 신호를 지키고, 도로규칙을 준수한다. 사고가 일어나려는 찰나, 나는 나의 모든 유연한 판단력과 순발력을 총동원한다.


  나는 도로 위 안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자율주행차의 장밋빛 미래다. 자율주행차 혹은 무인자동차 기술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이미 구글 자율주행차는 160만 킬로미터(100만 마일) 이상 운행하면서 단 한건의 교통사고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 자동차 한 대로 주행거리 160만 킬로미터를 달성한 차는 역사적으로 (매니아들에 의해) 기록되고 있을 정도니, 구글은 자랑 할만한 기록을 보유한 셈이다.


구글 자율주행차 ⓒ google

  실제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낙관론에는 교통사고의 감소, 그로인한 경제적 효과 창출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교통사고의 90퍼센트가 줄어들고 매년 1900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난다는 보고서도 발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차량 간 안전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도로 상의 빈공간이 80~90퍼센트 사라진다고 한다. 주차 전쟁도 막을 내린다. 이해 불가능한 괴상망측한 주차라든지 “정면주차 하세요, 제발”, “주차 금지”는 모두 옛 말이 된다. 도로규범을 어길 자율주행차는 없을뿐더러 주차에 미숙한 자율주행차도 없다.


  이게 다가 아니다. 차를 가지고 하는 모든 활동에서 배제되었던 시각장애인, 아동, 노약자, 환자 등에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2012년 시각장애인의 자율주행차 시승영상이 유튜브로 공개된 바 있다(이것도 구글이다). 또 자율주행차가 차량 공유시스템과 연결되면 유지비, 세금, 주차, 관리에 들어갔던 현재 차량구매와 이용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공유경제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자율주행차가 보장하는 안전성과 정확성, 효율성의 결과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도로 위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분쟁과 갈등이 존재해왔는가! 자동차 보험료만 봐도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사회는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에 무한한 감동을 느낄지 모른다. 자율주행차 이용자가 사고의 불안에서 벗어나 두손 두발이 자유로워는 것도 바로 이 알고리즘 덕분이다.


  이제 문제는 그 알고리즘과 결과를 설계하는 것이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설계하게 될 것인가? 2014년 로보허브(robohub)라는 비영리네트워크는 ‘터널의 딜레마 문제’를 가지고 누가 자율주행차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지 조사한 바 있다. ‘터널의 딜레마 문제는 당신의 차가 고속으로 터널에 진입하려는 순간 어린아이가 도로 위로 넘어졌을 때 직면하는 선택의 문제다. 아이를 치고 터널로 진입할 것인가? 아니면 방향을 틀어 터널 입구의 암벽으로 돌진해 내가 죽거나 다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인가?



  그동안 이러한 유형의 문제는 말 그대로 딜레마 문제였다. 답이 없기에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한 쪽을 비난하거나 옹호하기 힘들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기술에는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충돌 알고리즘(crash-optimization algorithm)이 포함된다. 물론 다양한 충돌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충돌이 불가피한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사고실험으로만 존재했던 딜레마는 이제 어떻게 해서든 답을 내린 후, 자율주행차의 행동값으로 입력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마주 오는 차로에 육중한 볼보 SUV와 경차가 있다면 어떤 차와 충돌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할 것인가?


  충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설계라도 그러한 설계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인지는 또다른 문제다. 튼튼한 차량을 선택한 사용자가 충돌 최적화 알고리즘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트럭과 스쿨버스 중 충돌 대상을 하나 선택해야 한다면 그때에도 ‘아동 보호’의 기준을 알고리즘에 반영해야 할까? 오토바이의 핼맷 착용자와 미착용자 중 생존확률이 높은 핼맷 착용자에게 충돌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해도 될까?


  자율주행차는 우리를 사고에 대한 불안에서 해방시켜주는 대신 더 큰 윤리적 딜레마 문제에 대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진정한 해방을 맛볼 수 있을까?


  이 글에서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자료는 구본권의 저서 「로봇 시대, 인간의 일」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