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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새롬 Aug 09. 2017

제4차 산업혁명: 일자리를 가져간 로봇에게 세금을?

로봇시대 일자리와 로봇세(Robot tax)

  1779년, 게으르단 핀잔을 받던 한 소년이 방직기 두 대를 파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소년은 네드 러드(Ned Ludd)로, 그에 대한 기억은 이후 1811년부터 1817년까지 일어난 집단적인 기계파괴 운동에서 되살아났다. 이 시기, 어떤 이유로든 파괴된 기계는 '네드 러드가 한 짓'이었다. 직조공들은 그들의 지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러드 장군'이라고 답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이 운동은 러다이트 운동(luddism)이라고 불린다. 기계에 대한 인간의 적개심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다.


러다이트 운동 ⓒ http://vaviper.blogspot.kr/


  러다이트 운동의 배경은 산업혁명이다. 러다이트 운동의 중심에 있는 직조 기술은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린 기술 중 하나다. 면방직 공장에서 증기기관이 활용되면서 대량생산의 시대를 열린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혁신만을 의미하지 않있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풍경은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그동안 숙련공의 일이던 의복제조업은 이제 기계를 돌리기만 하면 되는 단순 비숙련 노동이 되었다. 대량생산 시대 의복제조는 누구나-어린 아이들도- 할 수 있는 값싼 노동으로 전락했다. 생산효율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맞물려 장시간 저임금 노동환경이 구축되었다. 러다이트 운동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의 반감, 이 모든 불행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기술혁신의 결과물, 바로 기계 때문이라는 적대를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정확히 2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의 목전에서 신(新) 러다이트 운동의 조짐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 Colleen J. Dolezsar


  새로운 시대의 물결 앞에 일자리에 대한 불안은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다.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언론에서는 인간의 일자리가 로봇과 자동화 기계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을 앞다투어 내 놓았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기계로 대체되기 가장 쉬운 업종-텔레마케터, 세무대리인, 기계타이어의 조립공, 대출업무직, 은행원, 스포츠 경기심판, 납품조달 담당직원, 신용분석가, 운전기사 등-을 선정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일자리의 변화는 가까이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하이패스 단말기 사용으로 도로요금징수원의 입지는 줄어든다. 교통경찰의 도로법규 단속과 위반통보 역할은 무인카메라와 자동화시스템이 맡는다. 카이스트의 야구뉴스 로봇(K-basball-bot)이 작성한 프로야구 기사를 보면서 로봇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오토메이트 인사이트(AI)가 개발한 워드스미스(Wordsmith)는 2015년, 1주일 동안 500만개라는 무서운 양과 속도로 기사를 써 냈다(2013년, 한 해 300만개의 기사를 작성했으니, 2년 동안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 놀랍다) 사람기자의 역할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상당수의 인간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은 자명하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사례를 모두 열거하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재난구조로봇 휴보(HUBO), 무인 공중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론택배, 법률 문서검토 및 증거조사 시스템 이디스커버리(e-discovery), 의약품 처방과 조제의 안전성을 판단해주는 의약품 안심 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 카페에 배치된 접객용 로봇 페퍼(PEPPER). 이 로봇들이 하려는 역할을 그동안 해왔던 구급대원, 택배배달원, 변호사, 의사와 약사, 종업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일부 혹은 전부) 대신해 줄 로봇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줄어든 일자리를 두고 나타나는 취업경쟁과 구조적 실업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로봇이 소비까지 대신해 주지 않으므로 대공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으로 신러다이트트 운동이 예비되어 있는가?


ⓒ http://cashoefman.com/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러다이트 운동의 숙련공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운동 방향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문제는 기술이나 기계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자본주의적으로 이용한 데 있다. 마르크스가 현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탈피하지 않는 한, 자본은 이윤 증대를 위해 인간노동을 로봇과 자동화 기계로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자본가 계급은 로봇과 자동화 알고리즘이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관리하면서 사회의 부와 권력을 독점할 것이다. 즉,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적으로 구조화된 일자리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 대안으로서 로봇세(Robot tax)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게이츠도 인터뷰에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다면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한다"며, 이 세금을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역할이 축소된 사람들의 재교육과 취업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 로봇세는 1960년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에 의해 제안된 적이 있다. 그는 로봇이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집단에게 세금을 거두어 사회적 부를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로봇세 부과가 로봇의 한계수익을 낮춤으로써 로봇의 도입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로봇세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로봇으로 인해 고용없이 생산성만 높아진 경제가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세의 논의는 현재 탁상공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어디까지 로봇으로 보아야 할까?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산업현장의 각종 자동화 장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로봇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을 '대체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의 노동으로 볼 것인가? 그런 노동의 종류나 역할을 합의할 수는 있는걸까? 유럽의회(EU)는 올해 1월 로봇규제 입법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로봇에 전자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 '로봇 시민법'(European Civil Law Rules on Robbotics)이다. 여기에 로봇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결국 통과되지는 못했다. 로봇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부족한 결과다.


  로봇세 논의를 비롯한 세계적 추세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로봇산업에 대한 반감이 적고 오히려 호의적인 편이다. 고용노동부는 제4차 산업혁명을 적극 대응하여 로봇소프트웨어개발기사와 같은 국가기술자격을 17개 신설하겠다고 밝혔고, 교육부는 미래 로봇산업의 예비인력 양성을 위해 코딩교육을 장려하고, 소프트웨어교육 필수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기술 개발, 투자,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드론산업과 스마트공장을 대폭 확대한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기술의 발전과 혁신은 이미 예정되었다. 이제는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뒤바꿔 놓을 사회정치적 삶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로봇과 자동화 기술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지, 로봇이란 강력한 생산수단을 가진 집단에게 집중될 부와 권력을 어떻게 분배할지, 일자리 취약집단의 사회 안전망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할지 등이다. 더불어 생산 노동을 로봇이 독점할 때 소비만 하는 인간, 노동하지 않는 인간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 인간의 삶과 노동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 또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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