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하고 축하받을만한 일
낼모레면 결혼한 지 이십 년 된다. 세월의 무상함에 마음이 먹먹하기도 하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겪은 그 시간 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내가 대견하기도 하다. 그래서 남편이 “20 주년을 축하해”라고 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받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되는 과정은 나를 극복해 내는 과정이었다. 결혼은 좋은 일도 두 배지만 슬픈 일도 두배로 겪는 과정이기도 했다.
결혼 20 주년이라는 것은 그래서 단지 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해서 결혼해서 둘이 잘 살았다는 이야기로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에, 단지 좋다 행복하다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먹먹하다 또는 대견하다 또는 축하받기에 충분하다는 말이 더 와닿는다.
환갑이 되고, 칠순이 되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까? 결혼 삼십 주년에도 그럴까? 그때는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행복하다 좋다는 생각만 들었으면 좋겠다. 충분하다는 생각과 함께…그렇지만 아마 인생은 계속해서 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일 것 같아서 다시 그저 행복하기만 한 인생이었다며 자축하긴 어려울 것 같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한 남자와 함께 삼십 년이라는 인생을 잘 살아온 그날을 스스로 그리고 함께 축하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