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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an 05. 2023

내 오줌이 달다니

당뇨라굽쇼

작년 말 마지막 주 금요일에 부랴부랴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 결과를 이메일로 통보받았다.


비만, 고혈압 전단계, 간기능이상의심, 우울증 등


설마 했지만 역시나의 결과를 받게 되었다.


최대한 담담하게 결과지를 읽어 내려가던 그때


믿을 수 없는 글귀를 발견했다.


당뇨병 질환의심???
단백뇨 의심???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됐다.


뭔가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게다가 공복 혈당수치가 기준 수치보다 무려 50%나 더 높았기에


한동안 모니터에 떠있는 결과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당뇨병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나 걸리는 병인줄 알았지


설마 살이 좀 찌고 건강을 안 챙겼기로서니


한창 팔팔할 삼십 대 중반에 이런 소식을 받게 되다니...


밥맛이 뚝 떨어지고 심지어 저녁을 걸렀다.


아직까지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망연자실하다


멍하게 터벅터벅 아무 생각 없이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쪼르르륵'


이전에도 수만 번 내려다보았던 동일한 구도, 동일한 장면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 노오란 줄기가 평소와는 다르게 낯설었다.


'찍어먹어 보면 정말 단 맛이 날까'라는


원시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으나


이내 정신을 단도리하고 미련 없이 여분을 다 변기에 털어내었다.


아직까지 스스로 확진이 아닌 당뇨병 질환'의심'이라는 것에 희망을 걸고


지금까지 식습관에 무심했던 나 자신을 머릿속에서 때찌때찌 했다.


건강검진 결과에서 질환의심이면 이번달 말일까지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시간을 내서


용기를 내서


정밀 검사를 다시 받아볼 생각이다.


'정말 당뇨일까?'


야심한 밤


아직은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겨우 겨우 배달의 민족 어플로 가려는 손가락을 간신히 붙잡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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